‘롤러코스터 경영’ ‘박삼구 회장’ 그리고 ‘형제간 마찰’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경영난에 시달려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0여 년 역사를 지닌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끝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탓이다. 이로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일가의 아시아나 경영도 막을 내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금호리조트만 남는 중견기업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때 재계 7위에서 중견기업으로…“피를 토하는 심정”
인수 후보에 SK·한화·애경·호반건설·금호석유화학 거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의 2018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와 관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매각을 피하진 못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16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지만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이에 그룹 비상경영위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의 연간 매출 중 약 6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전체 지분의 33.47%를 갖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등 3개 계열사 정도만 남게 된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별도기준 매출액은 9조7329억 원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 항공이 기록한 별도기준 매출액은 6조2012억 원으로 63.7%를 차지했다.

그룹 전체 자산 규모도 11조4476억 원에서 4조5644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상호출자제한이 적용되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한 재계 서열 25위권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 금호그룹의 자구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5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성사될 것으로 보여 그룹 전체로 향하던 유동성 위기는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사진-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사진-뉴시스)

그룹 명칭은 어떻게?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이 그룹 전반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故) 박인천 창업주가 1946년 광주택시, 1948년 광주여객자동차(현재 금호고속)를 창업하며 시작됐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을 취항했고 이후 건설, 항공, 육상운송, 레저, IT 사업부문 등을 거느린 그룹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 당시 그룹 자산 규모는 26조 원으로 재계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았고,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업은행에 내줬다.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이 2015년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정상화를 추진했으나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에서 자금 마련에 실패했다. 올해는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가 불거지며 재무 건전성 위기가 닥쳤다.

결국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이 독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전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은 현재까지 대우건설, CJ대한통운, 금호타이어 등을 매각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창사 31년 만에 그룹에서 나가면 그룹의 명칭도 15년 만에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설에 “검토된 바 없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 소식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선 SK, 한화, 애경, 호반건설, 금호석유화학 등을 유력 후보로 거론한다. 해당 기업들이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본격 인수전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여러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그룹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검토된 바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으나 자금력이 충분한 SK가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권 기업 호반건설도 인수 후보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을 할 당시 단독입찰에 나서면서 인수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라는 점과 박삼구 전 회장의 동생이라는 측면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라며 부인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형인 박삼구 전 회장과 불화를 겪으면서 2010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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