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의 땅 쓰촨성 - 첫 번째 여정

[편집=김정아 기자 / 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 / 사진=Go-On 제공]

 

물길 따라 흐르는 역사, 중국에 음식 있고 맛은 쓰촨에 있다

[일요서울 |  프리랜서 엄지희 기자] 청두는 중국 내륙에 위치한 쓰촨성의 중심도시다. 인천에서 5시간 정도 날아가면 도착하는데 중국치고는 꽤 먼 거리다. 청두가 쓰촨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기대된 것은 맵고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이었다. 한국에도 꽤 알려진 것들이 많았고, 또 최근에는 쓰촨요리 중 마라탕이나 마라향궈, 훠궈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청두에 도착한 첫날,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세계에서 인정한 위대한 유산이었고 종교를 품은 산과 옛 모습을 간직한 거리, 그리고 귀한 보물을 만났다. 그렇게 기대하던 쓰촨요리는 매 순간 조미료처럼 제 노릇을 톡톡히 했고, 점점 어디를 갈지, 무엇을 볼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기대하게 했다. 모든 순간이 흥미의 연장선이었달까. 한 도시에서 마주한 다섯 가지 아름다움에 허우적거리다 보니 여행이 끝났다. 그야말로 천부의 땅 쓰촨성, 청두였다. 

1美 : 음식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쓰촨에 있다.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쓰촨에 있다.” 쓰촨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로 쓰촨요리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다. 그렇기에 청두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방문하라고 말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 ‘쓰촨’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맵고 붉고 얼얼한 쓰촨요리가 아닌가. 그 모든 것이 있는 곳, ‘쓰촨요리박물관’이다. 

중국 4대 요리에 속하는 만큼 쓰촨성에서 내려오는 음식의 역사는 깊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맵고 빨간 ‘쓰촨요리’가 사실 300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쓰촨요리의 영혼은 콩으로 만든 황두장이다. 두반장처럼 중국식 된장이라는 점은 같지만, 다른 점은 고추를 사용하지 않아 맵지 않다는 점인데, 과거에는 매운맛을 생강으로 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쓰촨요리 매운맛의 주인공 ‘화자오:산초’는 실크로드를 통해, 붉은 고추는 명나라 때 들어왔다고 전한다. 역사가 깊지 않지만 화자오와 고추를 사용한 매운 요리들은 이제 쓰촨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가 되었고, 이런 역사적 사실을 쓰촨요리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3,800년 전부터 사용했던 식기와 음식문화, 테이블 등의 유물들이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곳에서 미리 예약만 한다면 누구나 쓰촨요리를 직접 만들고 먹어볼 수도 있다. 모자, 요리복과 앞치마를 두르고 중식도로 재료를 썰고, 고기를 볶는다. 화려한 불쇼도 가능하다.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흥미롭다. 체험이 가능한 메뉴는 판다 모양의 찐빵과 마파두부, 공보계정이다. 만든 요리는 식사로 즐길 수 있으며 수료증도 주어진다. 

 

박물관 뒷마당으로 나가면 쓰촨의 길거리 음식 20가지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춘권, 량피, 탄탄면과 찐만두 등을 뷔페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 마당 한쪽에는 두반장과 간장을 담은 항아리가 넓게 펼쳐져 있다. 낮에는 햇빛을 보기 위해 열어 두고, 하루에 두 번씩 저어 준다고 한다. 두반장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정성이 대단하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두반장은 원한다면 구매할 수도 있다. 

2美 : 역사 
물길을 따라 흐르는 역사

옛 건물로 이루어진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옥색으로 흐르는 민강珉江과 화려한 지붕과 기둥으로 이루어진 다리, 남교가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너가는데 이들이 향하는 곳은 두장옌이다. 청두시를 지나는 민강은 해마다 물길을 벗어나 청두평원으로 범람하기 일쑤였고,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물길을 조절하는 ‘수리관개시설’, 두장옌이다. 하나의 물길을 여러 갈래로 나누는 시설로 두장옌이 만들어지고 청두에 더 이상 홍수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도시 곳곳까지 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청두는 기름진 곡창지대가 되었다. 청두의 음식 문화가 발전된 것 역시 두장옌 덕분이다. 벌써 몇 천 년 전에 만들어진 이 시설은 놀랍게도 지금도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다. 긴 역사를 이어 현대에 와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중국 내에서는 국가풍경구 최고 등급인 5A 관광지구가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잘 정돈된 정원이 나타난다. 넓은 연못과 정자, 분수대를 지나면 두장옌을 건설한 사람들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붉은색 천이 잔뜩 매달린 흔들다리가 있고 그 너머로 가야 두장옌의 수리관개시설을 볼 수 있는 삼각지대가 나온다. 가는 길에 길목마다 상점이 있고, 나무가 쭉 뻗은 산책로처럼 되어 있다. 삼각지대 끝은 물고기 입을 닮았다 하여 어취라 불리는데 멀리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이 양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 강물이 시작되는 풍경은 흐린 구름에 가려진 산봉우리가 그림자처럼 겹겹이 드리워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담백한 경치에 홀려 많은 이들이 난간에 서서 강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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