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규제 풀리면 집값 오를까


MB정부가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쏟아내면서 집값 반등에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만들어 놓은 빗장을 1년여만에 거의 다 풀어놓은 셈이지만 규제완화가 가져온 결과는 그리 신통치만은 않다. 1920년대의 경제대공황과 비견될 정도로 전세계적 경기 불황이 재현되고 있는 데다 환율급등과 주가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실물경제도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3대 규제 중 양도세 한시 면제는 이미 시행중이고 강남3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인 대통령직 인수위 때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굵직한 부동산정책만 약 17개에 달하고 있다. 2008년 상반기는 주택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고 하락세인 아파트도 강남권에 국한됐기 때문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도 다소 소극적이었다.

2008년 상반기의 중요한 부동산 정책은 양도세 및 취등록세 완화를 들 수 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조항을 폐지시키고 1주택 장기보유자 특별 공제 혜택을 45%에서 최대 80%까지 확대시켰다. 주택 매매 시 과중하게 부담됐던 세금을 줄여 매매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1주택의 장기보유자의 경우 실수요자인 경우가 많아 부동산거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취지에 비해 효과는 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다소 파장이 작은 대책들 위주였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다소 과감한 완화정책이 발표됐다.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침체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건설사가 존폐위기에 놓이게 되자 2008년 6월 11일 지방 미분양 대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일반 시군으로 대상을 한정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또한 분양가를 10% 낮추는 조건이 포함돼 기존 계약자가 해약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오히려 미분양을 양산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8월 21일에는 건설시장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큰 규모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재건축 규제완화와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가 주요 골자였다.

재건축 절차가 개선되고 일반공급분 후분양과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했지만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개발이익환수 및 소형주택 의무 비율 등은 그대로 유지돼 재건축 사업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대부분 고가인데 비해 대출규제는 여전해 수요자의 투자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그동안의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그 동안 눈치를 보며 꺼내지 못했던 굵직한 규제완화 카드를 내보였다. 바로 11·3 경제난국 극복 대책이다.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모든 투기, 투기과열지구를 해제시키고 기존 신규 분양에만 적용했던 전매제한 완화도 기분양분에 소급 적용시켰다. 또한 8·21대책에서 건드리지 못했던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 비율을 풀고 용적률도 상향 조정했다.

다소 파격적인 규제 완화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강남, 서초, 송파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이 투기,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사라졌지만 판교나 광교신도시 등 유망지역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매 규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전면 폐지됐다.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투기가 사라진 상황에서 존재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가 시장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그 동안 무거운 세금 때문에 팔지 못했던 매도자가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지금 같은 침체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예상해 매수자들이 매수 시기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주택자의 경우 대부분 자금여력이 풍부해 현재와 같은 하락기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매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남은 규제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강남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될 경우 강남권의 아파트값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제가 풀림에 따라 그간 자금이 부족했던 중산층 실수요자의 구매의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 주택 담보 대출을 1건으로 제한했던 조치도 사라지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게 돼 이 일대의 부동산 거래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일정이 다소 연기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폐지된다면 신규 분양시장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존 주택시장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입주전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분양권이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경우 분양권은 물론이고 기존 아파트값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유보돼왔던 재건축 임대주택의무비율과 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된다면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이들 규제가 풀리면 재건축의 발목을 잡던 규제들이 모두 해제돼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한강변 초고층 개발과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방침 등으로 최고 3억원까지 가격이 크게 올랐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규제완화가 재건축 아파트 시세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히 경기흐름 분석해야

이 같은 규제 완화 정책들은 대부분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과거 가격 상승기와 달리 정책 변수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실물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고 그로 인해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이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어 규제완화와 같은 호재도 수요자들의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규제 완화가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대감에 따른 호가 상승으로 매도자와 매수자의 심리적인 가격 차이가 벌어져 거래를 더욱 경색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만 의존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정책 변화와 함께 경기 흐름을 면밀히 살피면서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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