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조현병을 앓아 왔다는 범인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20여 명이 넘는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전형적인 묻지 마 범죄다. 범인이 앓고 있다는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의 하나로 대표적인 증상이 감정 기복이라고 한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고, 나빠지는 정도가 급격하게 심해지면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고 자신의 불행이 모두 남의 탓이라고 생각되면서 분노와 증오심 속에서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기분이 나빠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입히게 된다. 나쁜 기분이 쉽게 가시지 않는 상흔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좋아지면 어떻게 될까?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송해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근황을 전한 적이 있었다. 송해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손주들 보면 힘이 불끈해요. 저의 이야기를 변함없이 경청해주시고 격려해줄 때 하늘로 뜨는 기분이 나요.”라고 말했다.

하늘로 뜨는 기분이란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다는 뜻으로 엄청난 희열과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마다 좋은 기분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전국을 누비며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이처럼 우리는 기분이 좋으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한다.

이것이 기분이라는 에너지의 신비로움이다. 기분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이것은 학교나 회사,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기분이 좋으면 마음이 넓어지면서 이해심이 커지고 기분이 나쁘면 마음이 작아지면서 트집 잡고 비난하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이것뿐일까?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문제가 만들어질 때의 사고로는 그 문제를 풀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일까? 삶의 중차대한 문제이든 아니면 일상의 소소한 문제이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가 만들어질 때 보다 좋은 기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즉 감정의 수준이 높아지면 의식이 깊고 충만해져 평상시의 기분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의 해결책이 직관과 영감을 통해 드러난다.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창조성의 수문이 좋은 기분을 통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작품을 창작을 할 때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자신의 감정과 의식을 정화하는 것도 창조성의 수문을 열기 위해서다.

또한 희열과 경이로움, 살아있음과 같은 최고 수준의 좋은 기분은 그 기분에 걸맞은 재능을 깨우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자신을 기쁘게 하고 황홀하게 하며 살아있게 만드는 잠재력들이 최고 수준의 좋은 기분을 통해 열등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뚫고 수면 위로 분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기분을 느낄수록 삶을 풍요와 행복, 건강으로 채우는 에너지와 하나가 된다. 그래서 전 세계 자기계발서마다 삶을 긍정하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기분은 내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이자 위대한 힘이다. 봄의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 노르웨이의 음악가 토마스 베르게르센의 ‘New Life'를 들으며 비루한 현실을 뛰어넘어 좋은 기분을 오래도록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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