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생명체’주식시장에 혼을 불어넣다

가치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벤자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미스터 마켓”이라고 칭하며 시장을 가상의 생명체로 상정한 바 있다. 이어 그는 “미스터 마켓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아서 우리가 무슨 짓을 할지 훤히 알고 있다”며 “우리가 절망하면 오르고 우리가 탐욕에 휩싸이면 내려간다”고 말했다. 시장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는 각각의 투자자이겠지만 시장 전체는 우리 개개인과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존재로 이해할 수도 없고 규정할 수도 없는 존재다. 한마디로 무섭고 두렵고 예측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 따라서 우리는 시장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저 느끼는 방법 밖에 없다.

흔히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성장률 혹은 증가율 등의 각종 지표를 통하여 미스터 마켓의 심정을 헤아리려 노력한다.

하지만 미스터 마켓은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러한 노력은 불가능하다.

만약 성장률 혹은 증가율 같은 지표와 수치만을 기준으로 삼아 투자를 결정한다면 어느 누가 성장률이 정체 상태를 보이는 선진국 증시에 투자할까?

결국 미스터 마켓은 늘 그럴듯한 지표와 차트를 제시하며 앞으로의 상승과 하락을 이야기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작으로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그러한 수치가 아니다.

단순히 시장 수급의 변동으로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그 수치가 그에 맞게 변하는 것이다. 즉, 지표나 수치가 주가를 등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가의 등락이 이들 지표와 수치를 변동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 첫걸음은 늘 냉철하고 침착하게 시장을 관조하는 데에서 시작되야만 한다.

한편으로 시장은 아주 혹독하고 온통 거짓말쟁이로 득실거리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구조적인 거짓말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우리들은 무수하게 생산 유통되는 이 거짓 정보를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뉴스나 정보가 시장에 울려 퍼지면 대중은 그 소식에 따라 하나의 감정적 군집형태를 이루게 된다.

어떤 회사 혹은 종목이 반시장적이고 고객을 배반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고 가정해보자. 그 좋지 않은 행동은 곧장 정부 혹은 채권은행으로부터 합당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질 것이다. 군집을 이루고 있는 투자자들은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집단적이고 과도하게 예민한 정서를 잉태하게 되고 서둘러 들고 있던 주식을 투매하게 되며 당연히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그 폭락 범위가 20% 정도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 악재로 인하여 해당 종목의 기업가치가 순식간에 20% 이상 공중분해 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의심을 해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의심은 그 순간 아무런 의미도 갖질 못한다.

군집을 이룬 투자자들이 집단과잉 정서에 휘둘리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모두가 집단과잉 정서에 휘둘리는 바로 그 순간, 시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통찰력 있는 투자자는 그들과 다르게 행동한다. 그는 모두가 당혹스러워 하는 그 순간, 시장의 이면을 관통하는 중요한 맥락을 통찰하고 다른 투자자들이 헤아리지 못한 사실을 포착한다. 20%의 폭락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혹은 과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떠올린다.

군중심리에 휘둘린 집단이 놓친 그 진실을 포착하고 과감한 매수를 행한 투자자는 그 진실이 현실이 될 때 비로소 큰 이익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참모습이다. 미스터 마켓은 살아있는 생물이며, 우리의 지성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와 전혀 다른 논리와 언어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시장을 휘감아 돌고 있는 이 구조적인 거짓말에 명징한 직관으로 맞서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와 전혀 다른 논리와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의미에서 시장은 전혀 정직하지 않다.


정효철 부지점장 HMC
투자증권 광주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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