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제보 vs 종단 명예훼손…노사 갈등 ‘격화’

조계종 노조가 이달 4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하이트진로음료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제3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종단과 사찰에 손해를 입게 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조계종 노조가 이달 4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하이트진로음료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수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제3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종단과 사찰에 손해를 입게 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조계종단과 조계종 노조 사이의 분쟁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지난달 4일 조계종 노조가 ‘감로수’ 로열티를 종단과 무관한 제3자에게 지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자승 전 총무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고발한 데 이어 조계종이 관련 사건의 제보자로 지목되는 노조지회장을 해임 처분했다. 조계종 노조가 이에 반발 의사를 드러내면서 노사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보 ‘공공성’ 여부 두고 노사 주장 엇갈려


‘감로수 로열티 의혹’으로 시작된 조계종과 조계종 노조 사이의 갈등이 해임 통보로까지 번지면서 격화되는 형국이다.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 지부는 지난달 29일 조계종 산하 도반HC의 인병철 노조지회장이 해직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인 지회장은 조계종 노조가 감로수 로열티를 종단과 무관한 제3자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자승 전 총무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당시, 고발 내용을 증언한 인물로 전해졌다. 
일요서울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모처에서 인 지회장을 직접 만나 그에게 해당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감로수 로열티’ 의혹 제기한 지회장, ‘해임’

 

인 지회장은 지난달 26일 회사로부터 ‘징계처분사유통지서’를 받았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달 22일에는 도반HC 인사위원회로부터 자택 대기발령을 지시 받았다.

인 지회장은 “집에 있으면 조금 편해질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회사에서 1주일 일하고 토, 일요일 쉬는 게 심적으로는 제일 편하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내는 (내가) 해고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서 “지금 아이가 세 명인데, 위의 두 명에게는 내가 해직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일로 해직당할 수는 있지만, 떳떳하게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로 한 것이니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조계종 노조는 “직장인에게 해직은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다. 한 생을 바쳤던 직장이다. 온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면서 “더욱이 종단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삼보정재의 유실을 막기 위한 노력의 대가가 해직이라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문건에서 회사는 인 지회장에게 도반HC 인사규정 제32조(징계의 종류)와 제33조(징계의 사유)의 제1호, 제3호, 제6호, 제7호, 제8호 및 복무규정 제2조, 제3조, 제8조 위반에 해당되므로 해직의 징계에 처한다고 통지했다.

제33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정, 불법한 행위를 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상사의 명령에 불복한 경우 ▲종단의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종단에 불이익을 초래케 한 경우 ▲종단 및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킨 경우 ▲취업규정의 금지사항을 위반한 경우 등이다.

도반HC는 문건을 통해 “당사가 업무상 자료로 거래처인 하이트진로음료로부터 제공받아 PC에 보관하고 있던 문서를 무단으로 출력해 당시 및 거래처 외의 제3자에게 제공했다”며 “이와 함께 담당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을 같은 제3자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거래처 담당자에게 전화 및 통화를 녹음했다”고 적시했다. 여기서 제3자란 ‘조계종 노조’를 의미한다.

이는 인 지회장이 감로수 로열티 관련 자료를 조계종 노조에 넘김으로써 고발 사태가 벌어졌다고 간주하고, 그에게 문책성 해직 통보를 했다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도반HC는 우리와는 별개의 조직이다.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정리해고 조치를 했다고 알고 있다”며 “조계종 내부 인사위원회 조직을 통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반HC는 조계종 산하의 자회사이고, 문건에서도 ‘종단’이 언급되는

만큼 조계종과 무관하지 않다는 일요서울의 질문에 조계종 관계자는 “그 말은 맞지만, 조계종에서도 산하기관이 나눠져 있고 (담당하는) 인사위원회도 모두 다르다”며 “관련 내용이 정보로서 공유되지만 자세한 사항이 우리(중앙)에게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社 “인 지회장의 ‘공익성’ 근거 없어”
勞“ 감로수 로열티 제보, ‘공익 차원’”

 

인 지회장이 ‘감로수 로열티’ 논란에 연루된 것은 그의 직무와 연관 있다. 인 지회장은 도반HC 안 승소(유통)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승소사업부는 상조나 감로수 판매 등의 직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때문에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도반HC는 문서에서 “피징계자 인병철은 2018년 ‘감로수’ 단가 구성내용 및 소위 ‘정 로열티’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던 중 올해 2월 ‘감로수’의 결재권이 있는 (직접적) 업무 담당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내 외부에 공표할 목적으로 거래처의 A과장에게 전화해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 지회장이 ‘감로수 사업’을 담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월권을 해 관련 자료를 알아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인 지회장은 “감로수와 상조 사업은 승소사업팀 공통 업무였다”며 “내가 이전부터 해 왔던 업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왜 해당 의혹을 알게 된 후 회사에 먼저 보고하지 않았을까. 도반HC 역시 인 지회장에게 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인 지회장에 따르면 회사와 그 사이에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잡음이 있었다. 인 지회장은 노조가 생기기 전인 2017년 말(조계종 노조는 2018년 9월 출범했다)에도 직원 11명과 함께 회사 내에서 목격한 임원들의 비위 사실에 대한 진정서를 작성해 종단에 제출했다.

이후 별 다른 조치가 없자 그는 총무원 국장스님을 만나 진정서를 다시 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이사회는 진정서 관련 인물 모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취지의 조치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진정서를 작성한 11명의 승급을 누락했다. 회사는 구간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는 형태로 유지됐는데, 승급이 돼야 연봉 구간이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이는 사실상 ‘연봉 동결’ 처분이었다. 

인 지회장은 “나는 이미 진정서 건으로 인해 회사와 갈등이 있었다. 또 진정서를 낸 당시에도 관련 인물들은 모두 다 면죄부를 받았다”며 “이 때문에 종단에 말할 수 없었다. (감로수 로열티 논란도) 어차피 종단에 말하면 사장될 문제였다”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은 제보의 ‘공공성’이다. 도반HC는 “‘공익성’을 갖는다는 인 지회장의 주장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조계종 관계자 역시 “직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공익제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인 지회장은 “‘감로수 로열티’ 문제는 종단으로 들어와야 할 수익금을 특정한 제3자를 지정해 부당하게 지급한 것이다”라며 “노조의 입장은 이에 대한 부분을 밝혀 달라는 것이다. 공익적인 차원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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