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공신화 (1)양재동 꽃시장 김영희

지난 5일 새벽 4시 양재동 화훼단지가 왁자지껄하다. 소리만큼이나 온갖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아찔할 정도다. 새벽 1시부터 시작된 공판이 마무리가 되자 도매상인들을 찾는 소매상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메모지와 매출전표가 오고가고 도매시장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오늘은 장미가 좋아요.” “한단에 얼마 유.” “3천원.” 덤을 요구하는 소매상의 요구에 한 도매상인은 흔쾌히 웃음으로 대답한다. 새벽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그들이 열고 있는 꽃시장을 찾았다.


양재동 화훼단지 내 꽃 도매시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김영희씨(52)는 20년째 꽃을 팔고 있다.

김 씨의 일과는 새벽 1시부터 이뤄지는 공판에서 꽃을 사다가 소매상인들에게 파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꽃 장사에 대한 노하우는 박사급이다. 주변에서도 ‘통’으로 통한다.

4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손님맞이에 한창인 김 씨에게 한 고객이 찾았다. “꽃은 몇 일간 보관이 가능한가요.” “경기는 어때요.”

김 씨는 질문 내용을 듣고 단박에 소매상이 아니라는 짐작이 머리에 스친다. 김 씨는 “왜 꽃 장사하고 싶어”라는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손님은 쑥스러웠는지 나리 한단을 주문하며 이것저것을 물었다. 개방 준비에 한창이던 김 씨도 그제 서야 얼굴에 웃음이 돌면서 손님의 질문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꽃시장에 예전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나라에서는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꽃 매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량으로 화훼가 사용되는 결혼식 시즌과 행사철에 잠깐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하소연과 함께 장사 노하우를 털어놨다. “장사를 하려면 경제 흐름부터 읽을 줄 알아야 해.” 김 씨의 말은 그날그날 어떤 꽃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고객이 유행과 날씨에 따라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응답을 하자 김 씨는 너스레 웃음을 보였다.

김 씨는 “꽃 시장은 주가와 석유 값에도 술렁거리기 때문에 매일 신문과 방송에서 경제뉴스를 챙겨 한 달 먼저 경기를 읽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또 “경기를 읽으려면 일단 꽃 시장을 찾아야 한다” 며 “꽃 매출이 호조세를 보인다고 판단하면 일반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손님에게 한마디를 덧붙었다.

꽃 시장은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꽃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부터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식을 키우는 동안 시장을
읽는 법을 배우고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재동 화훼단지 꽃 도매시장에는 120여명의 상인이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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