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 총선 몸 풀기? ‘막말 공격’ 되갚기?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최근 국회가 총성 없는 전쟁터의 모습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의원들 사이를 오가는 총알은 바로 ‘말’이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들을 쏟아놓으며 국회의원들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가운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한국당의 발언을 전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강성 발언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동안 브레이크 없는 강한 발언을 일삼아 온 그가 한국당의 발언을 꼬집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안팎 비난에 洪 “보수 궤멸, 레밍 근성 때문…비난할 자격 없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고 있다. 홍 전 대표가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거센 발언에 제동을 걸자 당 안팎에서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을 분열로 매도하는 레밍 근성(들쥐떼 근성·앞쪽을 보고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들쥐 성향을 빗댄 것) 때문에 박근혜정권이 붕괴되고 보수·우파가 궤멸됐던 것이다. 참 딱하다”라며 “24년간 당을 위해 흔들림 없이 헌신했던 나를 당권 차지하려고 노무현 정책실장(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앞세워 제명 운운했던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보수 품위 지키라더니…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홍 전 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5공 공안 검사의 시각’을 가졌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내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주임검사였다.’ 민생투쟁과정에서 부산 어느 아파트 부녀회에서 황 대표가 한 말이라 한다”면서 “그런데 30년 전 국사범(국가 또는 국가권력을 침해하는 범죄 또는 그 범인)이 세상이 바뀌어 대한민국 2인자가 됐고 대한민국 주류도 바뀌었다. 세상의 민심도, 시각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울 것 없는 5공 공안검사의 시각은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야당 정치 지도자상을 세워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지난 13일 나 원내대표가 장외투쟁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달창(달빛창녀단)’이라는 비하 단어를 언급한 것을 두고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암 덩어리, 바퀴벌레, 위장평화를 막말이라고 하면서 보수의 품위를 지키라고 한 일이 있었다”며 “장외투쟁하면서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라는 그 말이 지금 보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고강도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17년 11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라며 “어제도 홍 대표는 고름, 암 덩어리의 막말을 쏟아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홍 대표는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전 대표의 이번 페이스북글은 지난 이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그는 나 원내대표의 논란 발언을 두고 “나도 그 말을 인터넷에 찾아보고 그 뜻을 알았을 정도로 참으로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이었다”며 “그 뜻도 모르고 그 말을 사용했다면 더욱더 큰 문제일 수 있고, 그 뜻을 알고도 사용했다면 극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표명했다. 또 “장외 투쟁이라는 큰 목표를 달창 시비 하나로 희석시킬 수 있다. 잘 대처하라”고 말했다.

‘훈수’ 배경엔
총선·차기 대권?

하지만 ‘강성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인물은 바로 홍 전 대표 자신이다. 그는 올해 1월 대구 서문시장을 들러 ‘바른미래당은 곧 소멸할 것’이라고 언급해 바른미래당의 뭇매를 맞았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지난 1월 26일 구두논평에서 “홍 전 대표는 끊임없는 막말과 가짜뉴스로 정치의 품격을 많이 떨어트린 장본인”이라면서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대 활로를 모색하는 구태 정치로 민심을 홀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밖에도 홍 전 대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시기, 경남 창원에서 자신을 규탄하는 일부 피켓시위대를 겨냥해 “창원 여기엔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이 같은 막말로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궤멸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반면 홍 전 대표는 막말 논란에도 이를 ‘프레임’으로 간주하거나 ‘나는 막말을 한 일이 없다’며 늘 꿋꿋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지난해 4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소상공인 지원과 자립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 모습을 보인 홍 전 대표는 ‘막말’ 논쟁에 관해 “그런 프레임에 신경도 안 쓸 것”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우리는 할 일 계속할 것”이라며 강성 발언으로 맞섰다.

또 그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막말이란 되는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된 표현”이라며 “나는 막말을 한 일이 없다. 상황에 가장 적절한 비유를 하면 할 말 없는 상대방은 언제나 그걸 막말로 반격을 한다”고 밝혔다.

여야3당은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태도에 일제히 공격 태세를 갖췄다. 특히 김정화 바른미래당 당시 부대변인은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배설 수준의 발언을 입마개로 막고 묵언수행에 들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치권 ‘막말’의 중심에 섰던 홍 전 대표가 최근 한국당의 발언에 대해 훈수를 두자 한쪽에서는 다음 해 총선 또는 차기 대권 재수를 노린 몸 풀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홍 전 대표의 총선 출마 의사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으나 3선을 지낸 서울 동대문을 출마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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