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Incredible India', 인도를 소개하는 관광캠페인 슬로건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다양성을 지닌 인도. 그 너른 땅의 북동부에 아루나찰 프라데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땅에서 티베트 불교와 고산족의 삶을 돌아보며 역시 ‘Incredible India'라고 외치던, 산과 구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행의 새로운 경지를 맛보던 며칠의 시간들.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 주州

힌두어로 ‘태양이 떠오르는 땅’이라는 의미의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우리가 흔히 봐오던 인도와는 많은 것들이 다르다. 사람들의 피부와 생김새에서부터 기후, 문화, 종교, 역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서 인도보다는 네팔이나 부탄 등에 가까운 특성을 보여준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북쪽으로는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 서쪽으로는 부탄, 동쪽으로는 미얀마와 각각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인도 내 아쌈Assam 주 및 나갈랜드Nagaland 주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중국과는 오래도록 영토 분쟁을 이어오고 있으며, 곳곳에서 중국과 치렀던 전쟁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인도 정부로부터 별도의 허가증을 발급 받아야 하고, 주둔하고 있는 수많은 군부대들이 여정 중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삼엄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산맥들 속에서 숭고한 티베트 불교의 영혼을 지키며 희망의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 모습을 만나러 가는 길은 꽤나 멀고도 험하지만, 인도 안에서 숨 쉬는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의 복잡미묘한 형상들을 통해 스스로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며 보이지 않던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인도를 만날 수 있기에 잠시 인도를 잊어버리는 시간이다.   

Info. 떠나기 전 준비할 것들

일반적인 여행지와는 달리 준비할 것들이 많다. 물리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구불구불하고 먼지 날리는 위험한 산길을 달리는 장시간의 차량 이동, 여러 모로 불편할 수 있는 숙박시설, 다양하지 못한 음식, 뜻밖의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 속에서도 황홀한 풍경과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즐기려는 모험심 넘치는 여행가의 마음가짐을 준비해 가자. 

여행 일정 

구와하티에서 시작하여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타왕Tawang을 돌아보고 다시 길을 돌아와 구와하티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매일 도시를 바꿔 갈 정도의 강행군을 하더라도 4~5일은 기본적으로 소요된다. 하지만 조금 더 일정을 넉넉히 잡아 차량 이동의 피로도 풀면서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Day 1. 구와하티-디랑
프롤로그, 또 다른 인도로 들어가는 길 

이른 아침 묵고 있던 호텔로 여행사 차량이 찾아왔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투어를 전문으로 운영하는 여행사로 이번 여행의 목적지 중 하나인 봄딜라에 사무실이 있어 그곳에서부터 왔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가이드와 기사의 얼굴이 서로 다른 국민처럼 생겼다는 것. 가이드는 한국말만 하면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의심없이 믿을 만큼 친숙한 외모이지만, 기사는 한눈에 봐도 인도 또는 중동 지역 사람처럼 생겼다. 같은 지역으로 여행하는 다른 차량도 거의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투어의 궁극적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타왕까지의 거리는 가는 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450~500km의 드라이빙 코스다. 잘 포장된 한국의 고속도로라면 반나절 열심히 달려가면 완주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두 배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구와하티에서 첫날의 목적지인 디랑까지는 약 350km 정도. 도착하면 어둠이 깔리니 하루는 꼬박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일이 전부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다채로운 장면들이 연출된다. 아쌈 지역은 비교적 크고 번화한 도시들이 많지만 그만큼 도로는 복잡하고 어지럽다. 차선은 있어도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이고, 바퀴가 달린 모든 종류의 교통수단이 전부 같은 도로를 공유하고 때로는 사람과 동물도 함께한다. 돼지만 빼고 세상의 모든 가축은 다 나와 있는 것 같은 도로에 사람까지 더해지면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별달리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화를 내는 사람도 크게 짖거나 놀라는 가축도 없다. 그저 알아서 자기 갈 길을 가고, 알아서 자기 하던 일을 할 뿐이다. 그저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일이라 생각하니 그럴 만도 하다.   
아쌈을 지나 아루나찰 프라데시로 접어들면 우리가 알던 인도의 풍경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릭샤도 터번도, 콧수염도 점점 줄어들고 부탄과 인도가 적당히 뒤섞인 모습들이 풍경을 대신한다. 그토록 복잡하던 순간에 마치 정적이 찾아든 시골 풍경이다. 길의 선택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탄과의 경계선을 지나치기도 한다. 특별한 장치 같은 건 없다. 부탄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고 경계선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부탄의 전통복장을 입고 있다. 바로 옆 이웃 마을이 아닌, 이웃 국가의 현장이다. 

Day 2. 디랑 투어 & 디랑-타왕
디랑, 아루나찰 프라데시 여행의 워밍업

먼 길을 달려온 탓에 디랑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고 산 중턱에 위치한 숙소에 앉아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밤공기를 마시며 밤풍경을 감상한다. 시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참 소박하기 그지없는 조명들, 저 멀리 산 정상에서 아련하게 빛을 밝히는 정체 모를 불빛이 내일의 아침을 기다리게 한다.
여행을 마칠 때쯤 구와하티에서 디랑까지 가는 여정과 디랑에서의 머문 하룻밤이 본격적인 여행에 앞선 워밍업이나 다름없었음을 알게 됐다. 비교적 안전하고 평탄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궂은 도로 상태와 장시간 차량 이동에 대해 적응하면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나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디랑에서의 첫 아침 창밖 풍경은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얼마나 높은 곳인지, 어떤 곳에 와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드디어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첫 마을을 내려다보는 순간,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아침 공기만큼이나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여행 내내 마주할 수 있었던 아루나찰 프라데시가 주는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긴 여정에 지쳤던 일행 모두 밤사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지, 모두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돌아왔다. ‘Good morning travelers from Arunachal Prad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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