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심전반은 당면의 경제 현실보다 차기대통령후보가 과연 누구누구로 압축되느냐에 대한 관심으로 차 있을 것이다.

연일 한나라당 두 대표적 주자 간에 빚어지는 ‘창’과 ‘방패’의 병정놀음 같은 설전을 보고 있노라면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저러다가는 또 정권탈환은 그른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래 애정이 크면 증오도 쉬운 법이다. 그 정도 이치를 모를 사람들도 아닐 텐데 숨 몰아쉬며 물고 뜯는 이전투구를 중단 못하는 걸 보면
두 사람 생각이 뻔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선 통과만 되면 대권승리는 받아놓은 밥상이나 같다는 환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과반이 휠씬 넘는 두 사람의 합산지지율을 믿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큰 주먹 한방이면 나가떨어지게 돼있다는 여권의 호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
데서 말이다. 과거 선거의 교훈조차 한나라당의 두 주자 진영은 깡그리 잊은 듯해 보인다.

이러니 국민이 더 속타한다. 여권의 실체적이고 구체적 네거티브 전략이 무엇인가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저 같은 호기(好氣)는 도대체 뭣일까가 보통으로 궁금치가 않을 것이다. 아마 노 대통령은 오늘의 이 같은 상황을 일찌감치 예측했을 터이고, 어쩌면 앞으로에 대한 더 확실한 그림까지를 미리 내다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많이 왜소해지긴 했지만 열린 우리당의 간판을 지키고 열린 우리당 대선후보를 기필코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노 대통령을 위해 열린 우리당은 반드시 존재돼야 하는 사명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근자 노 대통령 행보에서는 작심한 듯한 강기(剛氣)가 읽혀졌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20%대의 자신에 대한 고정 지지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노 대통령 지지가 곧 열린 우리당후보 지지로 연결될 때 김대중 전대통령의 입김에 힘입은 통합신당후보와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열린 우리당(노 대통령)지분
은 확실해질 것이 틀림없다. 노 대통령은 분명히 힘주어 말했었다. 처음은 열린 우리당후보를 최대한 밀 것이며, 범여권 단일화 후보가 나오면 그때는 그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진보그룹 및 범여권지지세가 결집되면 국민 40%대의 지지율은 간단히 뛰어넘는다는 속내가 분명할 것이다. 그에다 한나라당의 이전투구에 실망하고 분노해서 떨어져 나오는 이삭줍기만 참하게 해내면 정권 재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설사 한나라당에 정권을 놓친다 해도 선거후 당이 갈라질지도 모를 한나라당에 비해 아주 탄탄한 제 2정치세력은 노 대통령 측이 따 놓은 당상쯤으로 생각해서 회심의 미소가 가득할 것도 같다. 노 대통령 퇴임 후에 곧바로 총선출마설이 나도는 것 또한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녕 이런 판세를 읽지 못한다는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걸 느끼면서도 시위 떠난 화살처럼 돌이킬 수 없이 돼버렸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언필칭 한나라당 양대 주자의 국민 지지율이 65%내외라고 한다. 그걸 믿어서 반세기동안이나 겪어온 선거 변수를 한나라당이 읽고 계산치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순
진한 건지, 모자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65%의 국민이 더 속타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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