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전직 국가 통수권자로서 위상과 품위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는 9월 14일 프랑스 시사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의 위상과 품위에 스스로 상처를 냈다.
그는 북한의 6·25 남침 배경과 관련해, 미국과 소련 “당신네들이 냉전체제로 들어가니까 우리가 대리전을 하다시피 동족이 싸웠다”며 “왜 당신들의 책임은 생각지 않느냐”고 했다.
이 말은 6·25 도발의 책임을 미·소 양국에 공동 분담시킴으로써 김일성에게는 면죄부를 주려는 말로 들렸다. 물론 남북 분단에 관해선 미·소에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6·25 남침은 냉전과 관계없이 김일성의 적화야욕이 저지른 범죄이다. 역사적 사실 왜곡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으로 분단된 나라는 남북한뿐이 아니다. 동·서독과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동독은 김일성처럼 서독을 기습 공격해 동족을 무자비하게 수백만명이나 죽이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도 동족에 대한 침공 없이 평화적 통일을 달성했다.
이처럼 똑 같이 냉전체제하에 있었으면서도 유독 북한만이 동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도 김 전대통령은 미·소 “당신들의 책임은 생각지 않느냐”며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철승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의장은 “몰염치한 반미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대통령은 2001년 9월에도 김일성의 6·25 남침을 통일전쟁이라고 미화시킨바 있다. 그는 6·25 남침을 신라와 고려의 통일에 이은 ‘세 번째의 통일 시도’라고 추켜세웠다. 김일성의 잔혹한 적화침략을 신라와 고려의 통일위업 경지로 끌어올리고자 한 말이다.
그의 ‘세 번째 통일 시도’ 주장은 주적에 대한 찬양으로서 국가보안법 7조에 저촉되는 말이었다. 그래서 당시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한나라당의 안택수 의원은 “피가 끓는 통분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9·14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어지간하면 우리 말을 들어준다”고도 했다. 북한은 남한 말을 곧잘 들어주며 친화적이라는 말이다. 이 또한 사실 왜곡이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말’을 ‘어지간하게’ 들어준바 없다. 김 전대통령은 재임 시절 비굴할 정도로 김정일에게 서울 답방 약속을 지켜달라고 2년여에 걸쳐 구걸했다. 그렇지만 김정일은 그의 애처로운 요청을 냉혹하게 외면했다. 노무현 정권의 경우도 북한에 미사일 실험발사를 말아달라고 수없이 간청했었는데도, 북한은 아랑곳없이 무더기로 쏴댔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북한문제는 우리에게 주도권을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주도권이 없어 남북관계가 꼬인 것처럼 들리게 했다, 그러나 그는 재임시 주도권을 쥐고 북한에 비위맞춰주며 자기 마음대로 퍼주고 싶은대로 다 퍼주었다. 거기에 미국은 간섭한바 없다. 그의 엉뚱한 ‘주도권’ 타령은 친북좌파 정권 등장 이후 7조원이나 퍼주며 북한에 핵무기와 신형 미사일을 개발케한 햇볕정책의 과오를 미국에 돌리려는 책임전가로 간주된다.
김 전대통령은 그밖에도 9·14 인터뷰를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도 미국 앞에선 어린애 장난감 밖에 안될 텐데도 미국이 군비확장을 위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적 단체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소속 극렬분자나 내뱉을 이적언어였다.
김 전대통령의 9·14 인터뷰를 접하며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는지, 김정일 옹호자인지, 헷갈리게 한다. 아니면 한총련 의식 수준인지 의심케도 한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위상과 품위를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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