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이용해 상대가 원치 않는 언동 등도 직장 내 성희롱 인정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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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노동제도에서 최저임금법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커다란 이슈가 있었다. 그 외에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갑질)에 대해 많은 이슈가 있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2018년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 4월 고용노동부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형사처벌에 대한 적정한 수준에 관한 용역을 외부기관(대학)에 의뢰했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내부 검토를 마친 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는 성적인 언동과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어떤 경우가 직장 내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번 주에는 직장 내 성희롱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대해 알아본다.

출장 중인 차안?업무 관련 회식장소에서 혐오감 느꼈다면 문제 제기 가능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후 수습보다 예방이 우선…바람직한 기업문화 정착 노력


직장 내 성희롱은 기본적으로 그 행위자와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우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근로자이며, 고용형태와 무관하므로 정규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간제, 단시간, 파견근로자를 모두 포함하고 구직자나 일정 범위의 협력업체 근로자까지도 포함 된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 개념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하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보다 더 확대된 개념으로 취업할 의사를 가진 구직자까지도 포함이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가해자)는 사업주, 상급자와 근로자이다. 개인 사업장의 경우에는 사업주는 대표자나, 법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법이 그 자체이므로 법인의 대표이사는 상급자의 개념에 포함이 된다.

행위자 개념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업주나 상급자뿐만 아니라 동료 근로자나 부하 직원까지도 성희롱의 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점과 행위자의 성별이 어떤 성별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에게 성희롱한 경우 여성 상사가 성희롱 행위자가 될 수 있고, 여성 근로자가 동료인 여성 근로자에게 성희롱한 경우에는 동료 근로자도 성희롱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 기준 원칙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업무 관련성 있는 성적 언동 등’이 있었는가와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 행위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였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었다거나 피해자의 근로조건이나 고용에 있어서 불이익을 준 경우에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은 음주 중심의 회식 자리와 그 이후, 문제 제기 후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및 권리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거래처 직원 및 고객 등을 많이 상대하는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만 하는 경우 등에 직장 내 성희롱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사업장이 이러한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하고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후 수습을 하기보다는 미리 예방함으로써 바람직한 기업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의 구체적 판단 사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라면 사업장 내부에서 근무시간에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사업장 밖에서 근무시간 외에 성희롱을 한 경우에도 직장 내 성희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출장 중인 차안,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식 장소, 야유회 장소, 업무회의를 위해 불러내어 밖에서 만난 상황에서 발생한 성적 언동 등으로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행위여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의미가 내포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언어나 행동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즉, 행위자의 성적 언동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거부해야만 직장 내 성희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부족하여 직장 내 성희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서, 또는 행위자가 고위직급이거나 피해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급자·하급자 간이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이 피해자와 행위자의 권력 관계가 불평등한 경우 성적 언동 등을 직접적,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직장 내 성희롱의 주요 특징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이는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는 성적인(sexual) 의미가 내포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며, 성적 언동이 단 1회뿐이어도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언동이라도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준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행위자의 의도는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다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요건은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그러한 불쾌감을 느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고, 행위자에게 그러한 피해를 발생시킬 의도가 있는지는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과 무관하다. 현실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들이 대부분 이러한 부분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칭찬이나 인사말이라고 하더라도 성희롱 행위가 될 수 있음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합리적인 일반인의 관점이 아니라 합리적인 피해자의 관점에서 판단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에 있어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는가가 성립요건이지만, 이는 주관적인 감정이므로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누구의 관점에서 그렇게 느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최근 대법원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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