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치적 실책을 남의 탓으로 떠넘기다가 임기의 절반을 맞이하게 되었다. 최근 노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한계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폭등, 3년째 내리 가라앉기만 하는 경제침체, 행담도 의혹,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흑막, 난데없는 연정(聯政)과 권력구조 개편론 제기, 청와대의 국정 조정력 혼돈, 속출하는 군기문란, 공공기관 무더기 이전 계획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 줄을 잇는 낙하산 인사, 남의 탓 타령 등이 빚어내는 폭발음들이다.그러자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조차도 내놓고 위기감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당 중진의원들은 “당과 정부,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다.” “망할 판이다.”“당은 사망 직전이다.”“정부가 국민기대에 부응 못하면 당에 부담이 온다” 등을 쏟아냈다.여기에 노대통령 자신도 “저는 지금 정치 지도자로서는 사실 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가 정말 ‘위기’에 처해있다고 자각하였다면, ‘위기’를 자초한 것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방향 모색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그러나 그는 반성대신 지난 날 그랬듯이 자신의 실정 책임을 남의 탓으로 전가하기에 급급할 따름이다. 노대통령은 7월 5일 국정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도 여소야대의 정국 탓으로 몰았다. 그는 여소야대 속에서 “대통령에게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노사문제도 해결하라고 하는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하지만 노대통령은 여소야대 속에서도 국민적 지지를 받을만한 정책대안만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야당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정책대안 대신 정책실패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며 야당과 각을 세우기 일쑤다. 그의 좌파 코드와 그가 아직도 386세대 운동권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데 연유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여소야대의 여건 속에서도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 경제도 살리는 등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한다.노대통령의 남의 탓 습성은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다. 그는 집권 하자마자 정치와 경제 문제가 꼬여가자 그 책임을 자기 탓이 아니고 신문 탓으로 전가했다. 그는 “신문만 안보면 다 잘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서도 그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나에게 우호적인 언론이 없다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원숙한 지도력의 결여인데도 그는 이번에도 우호적인 언론이 없다는 것만 탓했다. 또한 그는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내탓이 아니고 헌재의 잘못된 관습헌법 해석 탓으로 돌렸다. 헌재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600여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불문(不文)헌법’에 해당된다”며 수도 이전이 관습 헌법을 위반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노대통령은 수도 이전 결정이 자신의 오류였다고 반성하기 보다는 도리어 헌재의 관습헌법 적용이 적절치 못했던 것처럼 말했다. 그는 관습헌법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고 부인하며 헌재의 걸정을 탓하였다는 데서 그렇다.노대통령은 저같이 정치적 위기의 책임을 언론 탓, 헌재 탓, 여소야대 탓 등으로 떠넘겼다. 그가 자신의 국정 실패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 대신 남의 탓으로만 호도하는 한, 국가적 위기와 국정혼란은 바로잡힐 수 없다. 그는 모든 것이 남의 탓이 아니요, 내탓임을 직시, 386 세대 의식과 코드 정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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