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교수
주한규 교수

정부는 지난 월요일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안을 발표하였다. 2016년에 도입된 3단계 누진제 체계를 2단계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거나 아니면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취지는 에어컨 전력 사용증가로 인한 국민 전기료 부담을 덜어 주자는 것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느라 장시간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젊은 부부 가정과 노인 가정 등에서는 크게 환영할 전기 복지 제공안이다.

물론 일반 국민도 환영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경제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방안이다. 왜냐하면 이 누진제 완화는 약 3000 억원 정도 한전의 수익감소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근래 가뜩이나 적자로 허덕이는 한전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워 결국 전체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뉴욕 주식 시장에 상장된 민영화된 회사다. 비록 정부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일반 소액 주주들도 있다. 탈원전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에는 6만원대이던 한전주가는 현재 25천원선으로 떨어져 있다. 주식 가치 하락과 적자로 인한 배당손실 등으로 엄청난 재산 손실을 당한 소액 주주들은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문대통령 집권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주주의 압력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래 회자된 바 있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서야 되겠냐는 한전 사장의 말은 전기요금 인상의 복선이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료는 최근 1050% 이상 올라 주택용 전기료와 같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2018kWh 당 주택용 전기료가 106.9원인데 산업용 전기료는 106.5원으로 차이가 없다. 세계 어느 국가도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 전기료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보다 산업용 전기료가 싼 나라가 13개국이나 된다. 이미 비싼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료의 인상은 최근 여러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약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므로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은 방안이 아니다.

그러면 전기료 인상없이 어떻게 국민에게 풍부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40년간 무사고의 가동이력으로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는 원자력 발전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원전의 발전 단가는 kWh 60원선에 불과하다. 석탄은 80, LNG120원 선이다. 한전의 평균 전기판매 요금은 109원이다. 적자를 초래하는 LNG 발전을 줄이고 원전발전량을 늘려야 한전의 적자가 해소되고 전기요금 인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민에게 풍부한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 실현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여름철에 에어컨을 풍족하게 쓰고, 겨울철에도 사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한 전기 난방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쾌적하고 안락한 국민 생활을 실현하는 보편적 전기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싸고 풍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발전원이 필요하다. 이 관점에서는 석탄발전도 후보 발전원으로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양산한다.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이 6개월이나 단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 확대는 건강복지 실현에 역행한다.

더구나 혹한과 폭서를 초래할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 관점에서도 석탄 발전은 지양해야 한다. 보편적 전기복지의 실현은 싸고 풍부한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발생이 없는 청정 원자력 발전의 확대로 쉽게 가능하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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