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바른미래당의 내홍에 끝이 없다. 퇴진파와 당권파 간 총선을 앞둔 주도권 다툼 성격이 강하다. 밀리는 쪽은 내년 공천에서 물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짙다. 일단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등 손학규 퇴진파는 정병국 전권 혁신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학규계 등 당권파는 외부인사 영입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당권파에서는 김한길 전 의원을 비롯해 윤여준, 박형준, 박찬종 등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자고 맞서고 있다.

김한길과 주대환, 뉴시스
김한길 전 의원과 주대환 공동의장, 뉴시스

- 국민의당계 김한길, 바른정당계 박형준, 중립 주대환 카드
- 후보군, 김병준 모델보다 전권가진 김종인 비대위 선호

바른미래당의 혁신위 구성을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는 손학규 당대표 퇴진을 포함한 전권을 가진 정병국 전권 혁신위구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외부에서 지명직 최고위원과 본인의 모든 인사권을 결정하는 혁신위원장을 데려와서 혁신안을 낸들 구성원들이 동의하겠나. 한 줌뿐이 되지 않는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당권파의 외부인사영입에 반대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에서는 외부인사 영입을 우선시하고 대표의 퇴진 논의는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는 소위 당내 권력싸움으로 가서는 안 된다원외에 좋은 분이 있으면 그런 분을 하는 게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마디로 당내 계파에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없어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에서 혁신 위원장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위 내부인사냐’, ‘외부인사냐계파 간 충돌

당권파에 따르면 현재 접촉중인 외부혁신위원장 인사로는 김한길 전 의원을 비롯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교수 등이 물망에 올랐다. 김 전 의원을 제외한 두 교수는 교수 출신인 손 대표와 인연이 있다. 세 명 인사 모두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의 경우 정치권에 몸담을 당시 신당 창당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어 제 3지대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유승민계는 비토할 수 있지만 안철수계는 안 전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해 공동대표를 한 바 있어 김 전 의원을 반대할 명분은 없다.

의외로 걸림돌은 올해 초 폐암 판정을 받은 점이다. 신약을 통해 기적적으로 완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걸려 있다. 당내 김한길 사람들은 건강은 좋아졌으나 아직 등판할 시기가 아니다고 고사 배경을 밝히고 있다.

한편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일차적으로 정병국 전권 혁신위원장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당권파가 반대할 경우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어 플랜B박형준 카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최근 플랫폼 자유와 공화공동의장을 맡아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 박 전 의원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고 유승민계와 친분이 깊어 당권파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권파의 문병호 최고위원은 혁신 위원장 관련 명망 높은 분보다는 참신한 분, 여의도 때가 덜 묻은 분이 됐으면 좋겠다당헌상 혁신위 설치는 최고위 의결 사항이지만 위원장 인사등 위촉은 당 대표 고유권한이므로 존종돼야 한다고 못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권파는 계파색이 엷은 중립형 인사들을 구하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박찬종 전 의원 그리고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공동의장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야권 성향에다 오랜 정치경험을 가진 전략가로 유명하다.

현재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여야를 넘나들며 쓴소리를 보내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다.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고령이 걸림돌이다. 윤 전 장관측에서는 바른미래당으로부터 혁신위원장 관련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박찬종 전 의원은 5선의 전직 국회의원으로 현재 정치평론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39년생으로 올해 여든이 넘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반면 주대환 공동의장은 당권파와 퇴진파 모두 거부감이 그나마 엷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대환 공동의장은 박형준 전 의원과 함께 플랫폼 자유와 공화에서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창립총회 당시 바른미래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하태경,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참석했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고 박세일 교수의 보수 가치를 따르는 정치적, 학문적 제자들이다.

손 대표와도 각별하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수장에 오르고 나서 주대환 공동의장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함께 일한 바 있다. 당권파와 퇴진파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게 바른미래당 관계자 평이다.

주 공동의장은 1954년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서울대 종교학과 재학 당시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진보정치 쪽에서 활동했다. 1992년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2000년 권영길 창원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대책본부장, 2004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멤버인 박인제 변호사,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함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혁신위원장이 우여곡절 끝에 임명되더라도 향후 혁신위 성격에 대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대표체제를 만들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김병준 비대위와 총선까지 책임지고 전권을 행사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모델을 두고 격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여준·박형준 측, ‘연락 없어주대환 카드 부상

지난 2016년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총선 공천 작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사실상 이해찬 당대표를 공천 탈락시키는 등 물갈이 공천으로 그해 4.13 총선에서 원내 제1정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김 위원장도 비례대표 앞 순위를 받아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바른미래당이 김종인 모델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인적쇄신을 할 물리적인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1대 총선이 10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통상 5~6개월이 비대위원장 임기라는 점에서 총선까지 책임지고 가기는 시간이 이르다는 평이다.

결국 바른미래당 측의 혁신위 모델은 포스트 손학규체제를 준비하는 김병준 비대위 모델로 갈 공산이 높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저런 일을 많이 벌여 놓았지만 결국 황교안 대표체제를 만들고 물러난 것 외에 눈에 띄는 업적이 없다.

이럴 경우 외부인사가 선뜻 혁신위원장직을 맡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혁신위원장에 넘겨주고 백의종군한 문재인 대통령의 길을 따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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