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바다’ 유튜브서 혐오·증오 조장하는 콘텐츠들

유튜브에 김치녀를 검색하면 수많은 혐오 콘텐츠가 등장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김치녀를 검색하면 수많은 혐오 콘텐츠가 등장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유튜브는 최근 가장 뜨거운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다. ‘정보의 바다’라는 별명답게 하루에도 수 십 만개의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에서는 국경을 초월해 세계 어느 나라의 영상이든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영상의 종류나 분야에도 제한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관심 있는 이야기를 촬영해 게시한다. 정제된 영상만을 송출했던 TV와는 다르게 유튜브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그래서 더욱 신선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튜브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문제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엄청난 분량의 영상이 모두 유익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조롱하는 콘텐츠가 ‘인기’
청소년들도 접근하기 쉬워…가치관 형성에 악영향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자 너도나도 앞다투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며 조금씩 문제가 생겼다. 치열한 경쟁 속에 일반적이고 평범한 콘텐츠로는 수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유튜버들이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먹는 방송’인 먹방이다. 먹방의 경우 원래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형태로 진행됐으나, 어느 순간부터 혐오 식품까지 먹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캡사이신을 과하게 넣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자극적인 음식부터 벌레 요리, 심지어는 전구까지 먹어 보는 이들을 경악게 했다. 이뿐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조롱하는 콘텐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유튜버는 ‘윾튜브’다. 극우성향의 유튜버인 그는 과거 세월호 사건 조롱, 성소수자 비하 등 한쪽에 치우친 발언을 거듭하며 순식간에 6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다. 천안함 유족 비하와 대구 지하철 참사 비하 발언을 한 과거가 들통나며 현재는 추락했다. 이 같은 ‘혐오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현실은 우려를 자아낸다. 5일 현재도 유튜브에 ‘김치녀’를 검색하면 4만 여개에 달하는 콘텐츠가 검색된다. 대부분이 ‘돈 때문에 남자친구 배신한 김치녀 응징’이나 ‘김치녀 때려죽이기’ 등 얼핏 봐도 혐오를 조장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들은 모두 별다른 제재 없이 손쉽게 관람할 수 있다. ‘꼴페미’나 ‘한남충’ 등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단어가 포함된 영상도 마찬가지다.

“가장 쉬운 수익 창출법”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데에는 역시 ‘돈’ 문제가 걸려 있다. 유튜브의 광고수익은 유튜버가 55%, 유튜브 사측이 45% 비율로 나눠 가진다. 조회 수 1당 유튜버가 가져가는 돈은 평균 1.2원(1인 방송인협회 보고서 기준)이다. 영상 조회 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유튜버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아지는 구조다. 해당 영상이 혐오 콘텐츠더라도 일단 조회 수가 올라가면 유튜버는 돈을 벌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유튜버들이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를 포기하지 못하는 동인이다. 오히려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일수록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아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을 게재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튜브를 비롯한 SNS 등에서는 갈수록 혐오 콘텐츠가 확산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온라인상 차별·비하 정보 심의 건수는 무려 1041건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 심의 건수는 2014년 861건에서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온라인 세상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상이 대부분 10대라는 사실은 더욱 큰 문제다. 청소년기는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다. 청소년기에 자극적, 선정적이거나 누군가를 혐오하는 콘텐츠를 자주 접하고 웃음거리로 소비하게 되면 성인으로 성장해서도 혐오와 차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허울뿐인 유튜브 가이드라인

유튜브는 자체적인 영상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있다. 유튜브에 따르면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등은 게재가 제한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유튜브는 노출이 심한 성인 영상물에 대해서만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할 뿐이다. 욕설이나 폭력 등에 시청 연령 제한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신고 제도를 통해 자율적으로 유해 콘텐츠 영상을 삭제하거나 계정 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곧바로 다른 계정을 생성해 비슷한 영상을 게재할 수 있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이마저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이 1분당 500시간에 가깝기에 모두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모니터링 업무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콘텐츠 규제 권고 조치 정도가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유튜브가 해외 플랫폼인 데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자정’ 불가능하다면 ‘강제적 규제’ 검토해야

점점 자극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혐오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은 유튜버들의 자정 노력이다. 자극적, 선정적인 혐오 콘텐츠가 아닌 생활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담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 시장에서 당장 눈앞의 수익을 포기할 유튜버는 많지 않다.


혐오 콘텐츠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물론 앞서 말했듯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를 직접 규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그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는 국내 유튜버를 규제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직접 나서 유튜버를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난무하는 혐오 콘텐츠가 그대로 청소년들에게 전달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정부가 광고주에 협조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혐오 콘텐츠에는 자사 광고가 송출되지 않도록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광고가 송출되지 않으면 수익도 발생하지 않기에 이러한 방식이 자리 잡는다면 혐오 콘텐츠는 차츰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 속 혐오 콘텐츠는 이미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어느 방식이든, 더 이상의 혐오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