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월11일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 소식을 접한 나는 2주전 본란을 통해 노대통령의 대북 쓴소리 약속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꼭 지켜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하지만 노대통령의 대북 쓴소리 약속은 우려했던대로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한채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가 북한에 인권개선을 촉구한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4월14일 기권하였다는데서 그렇다. 대통령이 공언한 말을 3일만에 깬 것이다. 유엔의 인권결의안은 북한 공산정권의 ‘심각한 인권 침해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며 개선되지 않을 경우 유엔총회에서 다룰 것을 촉구하는 등 쓴소리를 담고있다. 정부는 인권결의안 기권 명분으로서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질서를 구축하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신뢰구축”을 위한 것이라 내세웠다. 그러나 북핵 및 남북신뢰구축 문제를 다루면서도 충분히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데서 설득력을 잃었다.북한 핵의 해결과 남북 신뢰구축은 정치 군사 문제에 해당한다. 그에 반해 북한 인권은 인도적 문제로서 북핵이나 신뢰구축과는 별개의 것으로 다뤄야 한다. 노정권 스스로가 정치 군사 문제와 인도적 지원을 분리해 접근하고 있다는데서 당연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혔어야 옳다.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은 지난 날 소련과의 관계에서 핵무기와 신뢰구축 문제를 다루면서도 빠짐없이 소련의 인권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인권은 국가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줄기찬 대소 인권문제 제기로 소련의 인권은 크게 개선될 수밖에 없었고 붉은 독제체제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미국은 지금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인권문제를 정면 제기한다. 그로인해 중국의 인권도 점차 나아져가고 있다. 동서독이 분단되어 있었을 때도, 서독은 최우선 정책과제로 동독 주민들의 자유화와 인권을 문제 삼았다. 서독은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 대가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동독 개방과 인권개선을 받아내면서 자유화 통일의 기반을 착실히 닦아갔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기는커녕 도리어 유엔의 인권문제 제기마저 방해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북한 김정일의 비위를 맞춰주고 퍼주며 구걸하다시피해 남북 정상회담을 얻어냈던 김대중 정권의 친북유화책을 그대로 답습한데 연유했다.김대중씨는 집권시절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긴장완화와 전쟁억지를 위해 유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의 대북 인권문제 덮어주기의 진짜 저의는 김정일의 비위를 맞춰주며 그의 서울 답방을 유도해내려는데 있었다. 지금의 노정권도 인권문제 외면 이유로 북핵 문제와 신뢰구축을 들고 있지만, 속내는 김정일과 만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있다. 그러나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결과는 남북신뢰 구축 대신 남한내 친북세력만 키워주었고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남한 안보를 더욱 악화시켰다. 노정권은 김정일 비위맞춰주기와 퍼주기 결과가 북핵 제조와 안보불안을 결과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독은 동독을 ‘자극’한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동족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밀고 나갔다. 김정일 한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기 위해 2,300만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것은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한다. 노정권은 북한 인권문제가 핵이나 신뢰구축 보다 앞서야함을 직시, 북한 자유화와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함을 거듭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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