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불사 철강업계, 무슨 일이
소송 불사 철강업계, 무슨 일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6-14 09:06
  • 승인 2019.06.14 19:44
  • 호수 1311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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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유례 없는 용광로를 끈다고?"
출처 : 광양환경운동연합
출처 : 광양환경운동연합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철강업계가 좌불안석이다. 100년 역사에 유례없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업정지로 고로를 5일 이상 가동하지 않으면 쇳물이 굳어져 재가동이 불가능해진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일부 시민단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철과정에서 생긴 오염물질을 저감시설 없이 안전밸브(블리더)를 통해 공기 중에 배출해 왔다"며 사과와 수습을 요구했다. 지자체는 이 같은 민원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 대기환경보전법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현대제철·포스코 피해액만 兆단위...한 번 멈추면 재가동에 반년 소요
  시민단체 "오염물질 저감시설 없이 블리더 통해 배출" 사과와 수습 촉구

이번 사태의 쟁점은 고로의 압력을 빼주는 역할을 하는 안전밸브(블리더) 운용이다. 고로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 동안 계속 쇳물을 생산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수 작업은 1~2개월 간격으로 연간 6~8회 진행된다.

이때 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멈추기 위해 수증기 등을 고로 내부에 주입하는데, 내부 압력이 급격히 올라갈 경우 폭발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열어놓는 이유다.

그러나 충남·전남·경북 등 환경단체는 각 지자체에 철강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고로의 블리더에서 대기환경오염물질이 나온다며 고발했다. 이에 지자체가 최고 높은 강도의 행정처분인 '고로 조업정지'라는 조치를 내리면서 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로 한 번 정지하면
8000여 억원 매출 손실 예상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최근 진행 된 제20회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해 "충남도는 조업정지 사전통보 후 현대제철이 낸 의견제출서는 수용했지만 청문절차 요구는 거절했다. 충남도는 환경부 고발이 들어온 이상 행정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은 "행정심판 신청, 집행정지 신청 등의 방법을 써본 후 소송은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수일 내에 한국철강협회가 해명자료를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철강협회 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6일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처분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고로 정비 시 송풍을 멈추게 되는데 이를 휴풍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되어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수가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로 내부에 스팀(수증기)을 주입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이 때 주입된 스팀과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블리더를 개방하게 된다.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은 고로의 폭발방지 및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인 셈이다. 안전밸브를 통해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스팀(수증기)인데, 수증기 배출이 시작되면서 짧은 시간 동안 고로내 잔류가스가 밸브를 통해 나오게 된다.

이때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시 10여 일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된다. 이 잔류가스의 성분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측정이 진행 중이다.

독일의 경우는 고로 정비시 안전밸브 개방을 일반정비 절차로 인정하는 등 고로 안전밸브 개방을 규제하는 관련 법적 규제가 없으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고로 안전밸브의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다.

철강협회가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에 휴풍시 고로 안전밸브 사용에 관해 문의한 결과 “세계철강협회(WSA)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 고로는 정비 등의 목적을 위해 때때로 가동 중지하며, 이때 압력과 온도는 떨어지고, 고로 가스의 구성비가 변합니다.” “이 과정에서 온도, 압력, 가스구성비가 일반적인 작동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블리더를 수동으로 열어 고로의 잔여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며 이는 잠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폭발성 대기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소량의 고로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이 없으며, 회원 철강사 어디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따라서 철강협회는 일부 시민단체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는 해석은 앞서 언급한 독일 등 다른 나라와의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로 중단 시 업계 피해가 심각수준에 이를 수 있는 만큼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이번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 대립 심각 수준
어떤 결과 내놓을까 주목

철강협회는 "조업정지 기간이 4~5일을 초과하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가동 및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3개월, 경우에 따라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처분에 따른 조업정지 10일은 실제는 수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조치라 할 수 있다"며 "실제 조업정지가 되는 경우, 가령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동 기간동안 약 120만 톤의 제품 감산이 발생하여 8000여 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한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안전밸브 개방 외에는 기술적 대안이 없어, 조업정지는 곧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며 "고로 안전밸브 개방 관련 조업정지 처분은 이에 따른 감산, 또는 고로 재건설 등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로는 안전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고로를 가동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조업정지 처분은 국내에서 일관제철소 운영 중단이라는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철강 수요업체들도 공급 차질이 빚어질까 긴장하면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환경단체들도 업계의 설명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 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물러설 수 없는 만큼 이번 철강업계와 환경단체의 맞불 싸움이 법적분쟁은 물론 자칫 현 정부의 마찰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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