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가 지역구도 해결에 동의한다면, 대통령 권한의 절반 “이상의 것이라도 내놓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후 잊어버릴만 하면 권력을 내놓겠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위해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해보겠다”고 공언했는가 하면, 새로운 정치문화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전제된다면 ‘2선 후퇴나 임기 단축’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정말 노대통령은 권력을 내던질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의 상습적인 사퇴 발언들은 물러설 의사도 없으면서 정치적 국면전환이나 동정심 유발을 위한 벼랑끝 전술에 연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기에 성급하고 튀는 성품도 한몫한 것 같다. 도리어 노대통령은 권력에 강하게 집착해 있다. 그의 그같은 속내는 그가 취임한지 얼마 안돼 자신에 대한 인기도가 크게 떨어지자, 만만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던 데서도 드러났다. 그는 “정치 10단, 정치 9단이라는 사람들에게도 꺾이지 않고 대통령까지 왔다. 그렇게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하였다는 데서 그렇다. 노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내놓을 생각이 있었다면, 그는 작년 3월 국회가 압도적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을 때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대신 “결코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섰고, “앞으로 법적 판단(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국민 판단(4월총선결과)에 기대를 걸고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사임하지 않았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74년 국회가 탄핵안을 상정하자, 곧 바로 표결에 붙여지기도 전에 사임해 버렸다. 노대통령도 진정코 대통령직에 자신의 말대로 연연치 않는다면,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켰을 때, 닉슨 처럼 물러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권 방송”들의 편파적 탄핵반대 여론몰이속에 끝까지 버텼다. 뿐만 아니라 노대통령은 2002년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자신의 것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10분의1을 훨신 넘은 것이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는데도 사임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노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두 번이나 의원직 사퇴서를 내던진바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퇴하지 않았다. 의원직을 그만둘 생각도 없이 개인적 소신 표출을 위해 내던진 객기로 보였다. 실제 의원직을 사퇴한 사람은 따로 있다. 한나라당의 박세일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행정도시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기 위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국회의장이 수리를 거부했고 한나당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말없이 국회를 떠났다.노대통령은 작년 국회 탄핵안 통과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어 있었을 때, 앞으로는 야당과 “상생의 정치”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탄핵에서 벗어나자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 전과 같이 상극과 대결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얼마전 “(명륜동)집을 팔아 무주택자이니 (퇴임하면) 중대형 임대주택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상당한 재산을 갖고있으며 퇴임하면 적지않은 연금을 받게되기 때문에 임대주택 자격도 없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라는데서 비서관들과 경호문제로 인해 방 서너칸 짜리 임대주택에 들어가기도 곤란하게 되어있다. 실천할 의도 없이 동정심 유발을 위해 쏟아낸 말이며 코미디이다. 지금 노대통령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사퇴하겠다” “임기 단축하겠다”는 따위의 빈 말이 아니다. 주저앉는 경제와 반미친북 선동속에 흔들리는 국가안보를 되살릴 수 있는 진솔한 말, 그것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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