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병력 특급전사화’ 요구하며 사실상 ‘가혹행위’ 지시 의혹

윤의철 7군단장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윤의철 7군단장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군인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강해야 한다. 밤낮 없이 이뤄지는 전투에서 체력은 승리와 직결되는 필수적 요소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수 있었던 것도, 이순신 장군이 불과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기본적으로는 병사들의 강한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국군 역시 병사와 간부들의 체력 강화를 위해 매일 뜀걸음을 비롯한 체력단련을 시행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과 전투력을 달성한 병사에게는 ‘특급전사’라는 호칭과 함께 포상 휴가 등을 제공해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그러나 특급전사는 그 기준이 상당히 높아 2년여의 짧은 군 생활 동안 모든 병사가 획득하긴 어렵다. 그런데, 경기도의 방위를 담당하는 육군 7군단에서 모든 병사에게 특급전사 획득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미 획득 인원에게 가혹행위에 가까운 벌을 내린다면 분명한 문제다.

“특급전사 획득 못 한 병사는 수면 시간 1시간 줄여라”
육군 “과거에는 있었을지 몰라도, 현재는 사실 아냐”

7군단의 수장은 윤의철 중장이다. 육군사관학교 43기로 임관한 그는 제2포병여단 92대대장과 수도포병여단장, 제28보병사단장 등을 거쳐 중장 진급 직후인 지난 2018년 12월 육군 제7군단장으로 부임했다. 소위 말하는 육군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문제는 윤 중장이 28사단장 시절부터 장병들에게 과할 정도로 엄격한 체력훈련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2017년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장군들의 갑질’ 자료에 따르면 윤 중장은 당시 예하 부대 전 장병에게 체력검정에서 특급전사 획득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급전사 기준 달성에 실패한 장병들의 경우 휴가나 외출, 외박을 제한하거나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군 인권센터는 “환자에게도 단독군장을 채워 40㎞ 행군에 참석시키고, 완전군장을 한 타 장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행군을 한 번 더 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이들에게 더욱 과중한 훈련을 부과하는 것은 가혹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중장은 최근에도 7군단 예하 사단을 방문, 작전이나 훈련 관련 외의 포상휴가는 엄격히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중장 보직해임 해달라” 청와대 청원

윤 중장의 이러한 ‘스파르타식 훈련 강요’는 병사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실제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 중장의 보직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윤 준장은 부대 지휘관으로서 굉장히 비합리적인 부대 운영과 지휘, 명령으로 수많은 젊은 군 장병을 고통 받게 하고 있다”며 “가장 최근에는 포상휴가를 제한하는 유감스러운 일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육군 장병들은 반드시 사회로 복귀해(야 하는) 국가 경제와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귀중한 인력의 1년 8개월을 국방의 의무로 군인으로서 봉사한다면 국가는 마땅히 이에 보답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군인이 고난도의 훈련을 수행해 국가와 민족 시민,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함을 인정하면서도 윤 중장이 특급전사만을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휴가제한과 포상제한으로 악명을 떨친 윤 중장이 7군단장에 부임한 것은 육군 내부와 윤 중장의 지휘능력이 심히 의심스럽다는 뜻”이라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해당 청원은 게재 9일 째인 12일 현재 1만60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이 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윤 중장이 병사들의 잠을 덜 재우게 했다는 내용까지 공유되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불합리한 지시 강요’ vs ‘군 기강 해이’

적지 않은 병사들은 윤 중장의 이러한 소문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서울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한 병사는 “윤 중장의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다”며 “군인으로서 기본적인 체력 단련은 당연한 것이지만, 특급전사 획득 강요는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병사 역시 “20여 년 동안 모두 다른 삶을 살아온 청년들에게 특급전사라는 획일화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모병제가 아닌 강제로 입대해야 하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장병들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특급전사는 하고 싶다고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거나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서는 아무리 지휘관이라도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비판도 쏟아졌다. ‘우리’라는 이름 아래 불합리한 지시도 대부분 참고 따랐던 과거 세대와는 다르게, 현 세대 장병들은 거리낌 없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반면 여전히 군에서는 ‘기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특급전사 획득이 개인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신을 예비역 육군 병장이라고 밝힌 A(27)씨는 “특급전사는 입대 전 평균적인 체력 수준만 가지고 있었다면 노력에 의해 딸 수 있다”며 “환자를 행군시킨 점은 잘못됐지만, 특급전사 요구가 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휘관이 특급전사 획득 요구도 하지 못한다면 군 기강이 흔들릴까 우려 된다”면서 “부대를 정예화하려는 지휘의 일환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전역을 앞둔 병장 B(23)씨 역시 “군 생활을 하며 특급전사를 획득했다”며 “특급전사 획득 과정을 통해 단련된 체력은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비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역시 이들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향군은 9일 입장문을 통해 “강한 훈련은 군의 가장 기본 임무”라면서 “훈련을 지시한 지휘관을 해임하라는 청원에 이틀 동안 1만 명이 동의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지휘관은 평소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은 물론 장병들의 체력단련과 전술전기를 연마한다”며 “지휘권이 외부의 간섭을 받거나 흔들리면 군대다운 군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육군 본부 “정상적인 지휘활동의 일환”

국방부는 7군단장 관련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육군본부 공보실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해당 지휘관은 규정된 범위 내에서 정상적인 지휘활동의 일환으로 강군 육성을 위해 체력단련과 교육훈련을 강조해 왔다”며 “특급전사를 미달성했다고 기본권인 휴가를 제한한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7군단장은 포상휴가의 경우 작전활동 유공이나 교육훈련 성과 등의 공적에 대해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잠을 덜 재우거나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묻자 “그건 옛날 일이겠죠. 지금은 그런 게 없고, 제가 옛날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 설명해드리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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