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포괄임금 근로계약 가이드라인 제시돼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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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는 임금체계는 바로 ‘포괄임금제’ 방식이다. 연봉제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보통 월급의 12개월분을 연봉으로 정하거나 일부 상여금 등을 포함해 산정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고정 월급제(포괄임금)’ 방식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괄임금제 방식은 사실 노동법에서 정하는 임금체계가 아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나 법원의 판례 등에 의해 관행적으로 인정되는 임금체계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달 월급이 같으면 임금계산이 간편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정한 수입(소득)으로 가정경제를 유지하는데 안정적 생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근무의욕을 고취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포괄임금제 방식은 회사와 근로자 모두 선호하는 임금체계가 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포괄임금제 도입은 다수의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노동법상 연장 및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수당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퇴직금이나 연차수당과 같은 임금과 별개인 법정 수당까지도 포함하는 위법한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로 인해 노사 분쟁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2017년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와 제한적 활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여러 문제로 인해 실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다시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려는 지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포괄임금제를 부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주에는 포괄임금제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포괄임금제란?

‘포괄임금제’란 기업이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 등에 대한 법정 제 수당을 가산하여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원칙이나, 근로시간이나 근로 형태,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임금계산의 편의와 근로자의 근무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근로자의 승낙을 얻어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않고 연장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고정된 월급여액 등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 금액을 제 수당으로 미리 산정하여 지급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우선 포괄임금제 근로계약도 일종의 근로계약이므로 회사의 요청(청약)과 이에 대한 근로자의 승인(승낙)이 있어야 성립된다. 보통 회사에 직원이 입사하기 전 채용공고에 월급을 표시한다거나 면접할 경우 월급을 제시하게 되고, 이후 근로자는 입사 시 근로계약서에 서명이나 날인을 함으로써 포괄임금 계약이 체결되게 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명시적 승낙이 없다고 해도 임금을 받는 중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묵시적으로 승낙한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포괄임금 근로계약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정해진 바에 따라 반드시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이러한 분쟁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포괄임금제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음에 유의해야 하며, 실무적으로는 근로계약서 상에 포괄임금 계약임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와 근로자가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계약이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15조에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대해 무효가 된다. 무효가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 정하는 기준에 따르게 되므로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역시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우선해 적용되므로 근로기준법상 기준에 맞아야만 그 유효성이 인정된다.

법원 판례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해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해 지급함이 원칙’이라고 해 포괄임금제 자체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이러한 예외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함’과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을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의 유효요건으로 보고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법정 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금액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해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포괄임금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효력 

효력 포괄임금제에 의한 근로계약이 적법하게 체결된 경우 사용자는 포괄임금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포괄임금계약에서 정한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를 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별도의 추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점 등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 계산한 방식에 따른 법정수당보다 부족한 경우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 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해 무효가 되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포괄임금 근로계약 상에는 월 2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을 포함해 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근로자가 월 30시간의 연장근로를 했다면 10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은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고, 만약 지급하지 않는다면 임금 체불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일부 사업장 임금을 살펴보면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이라는 명칭으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는 있어 외형적으로는 포괄임금 계약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월급 총액만 표시되어 있을 뿐 임금의 구성항목(기본급, 연장 및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이나 계산방법(적용되는 근로시간 및 산정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실제 근로시간을 계산해 최저임금 이상으로 산정된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포괄임금제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아 추가적인 법정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은 노동법에 따라 정해진 임금체계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임금체계다. 따라서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이를 기업들이 악용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법한 형태의 포괄임금 근로계약의 형태를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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