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의정 활동을 하면서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지역구 유권자들의 요구에 영합해야 하느냐, 아니면 소속 당의 노선에 추종해야 하느냐, 또는 양심에 따라가야 하느냐, 세 갈래의 선택을 놓고 주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세 가지 선택에 대한 정답은 명백하다. 지역구 유권자나 당 보다 자신의 양심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양심을 선택한 정치인 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미국의 월터 존스 2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조일현 의원이 그 주인공 들이다.원래 국회의원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요구에 순응치 않고 맞섰을 때, 다음 선거에서 낙선되고 만다는 것을 잘 안다. 또한 소속 당의 노선이나 지시에 추종하지 않는다면, 당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도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당의 지시에 맹종하기 일쑤다. 그런 정치인은 개인의 득만을 추구하는 ‘정치업자’ 이며, 당에만 맹종하는 ‘거수기’ 혹은 ‘돌격대’에 불과할 따름이다. 필자는 지난 6월 미국 델라웨어 주의 윌밍턴에 머무는 동안 이 지역 신문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를 읽으며 흐뭇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월터 존스 2세에 관한 스토리가 그것이었다.존스 2세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 출신 하원 공화당 소속 의원이다. 그는 2년전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전을 반대하자, 반 프랑스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프랑스가 싫다며 ‘프렌치(프랑스) 프라이(튀김)’로 통하는 감자튀김의 이름마저 ‘프렌치’를 빼고 그 대신 ‘프리돔(자유) 프라이’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의 선도로 미국 의사당내 식당에서는 ‘프렌치 프라이’가 사라졌고 전국으로 확산되어 갔다. 그는 집권여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초 이라크 주둔 미군을 2006년 가을부터 철수시켜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의 철군안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에서의 질타는 물론 자신의 선거구 언론매체들도 무책임한 짓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선거구에는 미군관련 시설이 많고 미국의 이라크 파병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압도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낙선될지도 모른다는 부담도 안고 있었다.하지만 존스 2세는 지역구 유권자나 당 보다는 양심에 따라 이라크 미군의 철수 안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젊어서 말해준 대목을 떠올렸다. “정치인으로서 제일 중시해야 할 대목은 양심이고, 두 번째가 지역구 구민이며, 마지막은 소속 당이다.” 존스 2세는 낙선을 각오하고 양심을 따른 것이었다,한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양심의 선택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조일현 의원은 강원도 홍천·횡성 지역구 출신이다. 그의 지역구는 70∼80%가 농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의원은 지난 11월23일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 찬·반 토론 때 찬성 토론에 나섰다. 그는 반대파 의원들의 단상 점거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10분간 육성으로 찬성 연설을 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은 들으면 알고, 똑똑한 사람은 보면 알지만, 미련한 사람은 당해야 안다”면서 비준안을 “안받는 것 보다 받는 것이 낫다”고 역설했다.조의원도 지역구 유권자 보다는 양심을 택하였다. 그는 존스 2세처럼 나 개인의 영달만 좇는 ‘정치업자’ 이기를 거부하였다. 그는 진정한 정치인으로 소임을 다 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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