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할인마트의 지난주 설 대목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표나게 살아났다고 해서 올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지독한 경제불황 여파가 칼끝처럼 민심을 자극했던 탓에 빚어진 갖가지 참혹한 사건들은 모두에게 국가경제 지표 및 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었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올 한해 시작의 화두가 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렇다.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국민갈등을 넘어 국민간 적개심을 일으키는 논거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때문에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하는 국가정책 방향은 마땅히 갈채와 찬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모처럼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통치권적 이념을 느낄 기회도 될 것이다. 다행히 참여정부의 작심으로 이 땅의 양극화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확실하게만 나타나면 통치권의 더한 성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대한민국 땅 다방면에 걸친 양극화 벽 높이는 이미 손대기 막막한 심각한 고지에 달해 있다는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양극화 해소 화두에 회의적 시각을 거둘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우선 성급한 경기 회복론만 해도 그렇다. 고급 백화점 물건이 좀 팔리고 시골 장바닥까지 침범한 대형할인점 매출이 대폭 늘었다고 해서 이를 국민경제 회생으로 보는 것이 바로 양극화의 짙은 그림자를 도외시한 경직된 시각에서일 것이다.지금 전국에는 구석구석이 대형할인점이 버티고 앉아 지역 재래시장의 장터문화를 요절내고 중소유통업 진출을 철옹성으로 막고 있다. 서민 쌈짓돈에서 아이들 코 묻은 돈에 이르기까지 돈 되는 것에는 재벌 품위 따위는 개밥에 도토리로 집어 던진지가 오래다. 이들 업체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철학에 아주 철저해 보인다.말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서 도시문화권 진입을 앞당긴다는 대형유통업체들이 벌어들인 돈을 해당지역에 떨구는 것은 매장 비정규직 현지 직원들의 인건비가 고작일 것이다. 그 외 80%이상의 매출 이익은 고스란히 서울본사로 올라간다. 이렇게 흡혈귀처럼 지역민들의 속주머니를 마구 빨아들이는데도 막을 방법이 법치적으로 전무하다. 오히려 땅값 비싼 서울 수도권을 피해서 경제기반이 취약한 지방 중소도시가 그들 진격목표가 되고 있는 마당이다. 장군멍군식 진입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불 보듯 한 일이다.할인점 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재래시장은 열 개 이상이 망한다는 재래시장 측 주장이 조금도 엄살일리 없다.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도매시장이 결딴나고 지역대리점이 폐업 도미노에 빠져있는 현실. 이런 양극화의 극단현상이 방치되는 길목에서 접하는 양극화 해소의 신년화두는 공허로움을 달래기가 어렵다.혹 지방 영세 상인들의 몰락을 두고 유통산업의 현대화, 대형화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를 말할는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 땅의 다른 숱한 양극화 현상 또한 세상 돌아가는 추세였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그런 바탕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강하게 마련해서 불로소득의 작은 꼬리 하나를 끊어놓는 일 정도일 것이다. 행여 그것만 성공해도 대단한 성과일 수 있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작으나마 추세를 예측하고 대비해내는 서민가계 보호책일 것이다. 이번 대형 유통업체의 설 대목에서 보듯이 분명 시장경기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 같다. 그럼에도 서민경제에 여전히 그림자만 가득하다는 것은 반드시 정책적 오류가 있다는 얘기다.경기회복은 수치놀음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 서민사회의 체감으로 입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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