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두 가지의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한국계 미식 프로축구선수 하인스 워드의 성공 스토리를 일군 한국 어머니의 위대함이 만인의 심금을 울렸고, 또 하나는 인사청문회 현장에서 보인 유시민 복지부장관 내정자의 기막힌 변신에 대한 놀라움이었다.우리는 이 두 가지 사건에서 생각해 볼 바가 적지 않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의 알려진 숭고한 자식사랑과 그 희생의 내막은 우리 한국가정의 가장 아름다운 전통적 가치를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실천하고 활짝 꽃피운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말조차 안 통하는 여성의 몸으로 겪었을 고초가 손에 잡힐 듯 선하다.그런 어머니였기에 그 아들은 “어머니는 나의 전부이며 내가 앞으로 아무리 잘 해드려도 어머니가 내게 해주신 것을 갚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워드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이 땅에는 여인의 3종지도(三從之道)란 것이 있었다. 여자가 태어나면 자랄 때까지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출가하면 남편에게 순종하고, 늙어서는 아들의 뜻에 의지하는 것이 순결한 여자의 일생으로 못박혔었다. 가히 여인천하를 이루는 오늘의 우리 여성들에게는 심히 못 마땅히 들릴 말이긴 해도, 그런 정신이 우리 문화에 이바지한 공헌은 절대적인 것이었다.가슴 찡하게 하는 열녀, 효부, 효자들에 얽힌 숱한 이야기들이 이 땅 말고는 크게 전해지는 곳이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하인스 워드 스토리였다.이처럼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마음이 숙연해진 가운데 우리 국회에서는 또 희한해 보이는 일이 발생했다. 혹시 또 백바지 차림으로 청문회장에 들어서는게 아닐까하고 조마해했던 마음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낸 유시민 장관 내정자의 차림새는 상상을 뒤집는 것이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유 내정자의 겉모양은 딴사람 같았다.겉치레뿐만 아니라 걸음걸이 행동까지 전혀 유 의원 답지가(?)않았다. 답변태도 또한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겸손할 수가 없어보였다. 세상이 변한 건지 사람이 변한 건지 도무지 헷갈린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휴식시간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찾아가 90도로 몸을 굽혀 인사하는 태도를 지켜본 어느 기자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동물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위선과 위장의 극치였는지, 유 내정자의 숨겨진 진면목이 나타난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겠지만, 너무도 예기치 않은 변신에는 차라리 기가 질린다는 표현이 옳을 듯 싶었다. 복잡한 국민 시선에는 복지부장관 취임이 기정사실화된 유 의원이 이대로의 겸손한 자세로 이 나라 복지행정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실렸을 줄 안다. 그러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은 불과 2~3년 전이나 심지어 몇 달 전에 했던 발언들을 놓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고 물러날 수 있는 장관에게 일관성과 엄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어머니의 위대한 희생정신도 겉으로 읽을 수 없는 노릇인데 하물며 조석변하는 정치인의 본심을 읽어낼 장사가 없다. 이 같은 정치인의 불확실성이 국민으로 하여금 나라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느끼도록 해서 지금을 난세로 표현함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이런 때여서 어머니의 자식 위한 희생이 더욱 고귀해 보이고 ‘어머니가 나의 전부’라는 그 아들의 효심이 더 한층 빛을 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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