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 자치단체들은 5·31선거에 당선된 민선 4기 단체장들의 취임식 준비로 꽤나 분주했을 것이다.한나라당 일색에 가까운 단체장 취임을 바라본 국민 감회가 어떨까? 스스로 만든 결과를 놓고 스스로 놀랐던 우리 국민들이다. 선거 전 드러난 한나라당 치부가 역겹다 하면서도 민심을 깎는 여권을 향해 미운 돌팔매질하는 기분으로 한나라당에 표를 던진 결과가 그렇게까지 나타날 줄은 예상 못했던 바일 것이다.초토화된 열린우리당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유권자들과 현직 단체장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했던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을 막무가내로 왜 했는가도 싶을 것이다. 단체장의 지역구 영향력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얹어 놓으려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맞아 떨어진 만큼 그때는 어떤 반대 목소리도 귀에 들렸을 리 없다. 특히 오만에 빠져있던 열린우리당이 더 서둘렀던 법 개정이었으니 자업자득이랄 수밖에 더 있겠는가.그렇지만 이제 문제가 간단치가 않아졌다. 집행부의 수장이 곳곳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집행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의회기능마저 한나라당 일색이면 밀월(蜜月)속 ‘뚝딱’방망이질을 막을 장사가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중앙정부와의 협조라인이 완전하게 붕괴돼버린 사실이다. 얼마 전 명예롭게 ‘3진 아웃’ 퇴진케 된 어느 기초단체장이 지난 11년간 자치행정을 이끄는 과정에 경험했던 몇 가지 가책 받는 일들을 사죄한 글을 읽었다. 그는 재임기간동안 지방자치행정 대상을 포함해 지자체에 주어지는 상이란 상은 휩쓸다시피 해서 탁월한 행정자치 능력을 평가받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첫 번째 고백해놓은 말이 “치열한 선거전 끝에 당선되면 맨 먼저 어느 읍, 어느 동에서 표가 얼마나 나왔나부터 봅니다, 표가 적게 나온 데는 괘씸한 마음에 경로당이나 마을길이 급해도 예산집행 순위에서 뒤로 미뤄버립니다, 아무리 표에 목숨을 거는 선출직이라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늦게나마 주민들께 머리숙여 사죄합니다.”였다.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을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표현한다. 섭섭한 대접을 받으면 당연히 섭섭해서 분한 마음이 들고 후한 대접을 받게 되면 역시 마음이 후해지는 법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정부 여당의 마음은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국민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클 수 있다. 어쩌면 한나라당 싹쓸이의 민선 4기 단체장들이 중앙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지역 현안문제를 어떻게 하는지 한번 두고 보자는 속내가 뚜렷할지도 모를 일이다.더욱 갈등이 심화될 공산이 없지 않다. 혹 괘씸타 생각되는 국민더러 맛 좀 보라는 마음이면 꼼짝없지 않겠는가. 물론 나랏일이 그처럼 치졸할 수야 없겠지만 앞에 소개한 11년간 재임하고 물러나는 어느 단체장의 진솔한 고백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우리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했다. 아주 교훈적인 의미가 있는 말이다. 미운 놈 밉다고 계속 눈 흘기고 괄시하면 원수처럼 되기 십상이지만, 미운 감정 숨기고 떡 하나 더 줘 버릇하면 어느새 감읍케 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의 이치일 것이다. 그래서 정부여당에 적극 권하는 바다. 집권후반기 레임덕을 우려해서 회초리 들 생각일랑 아예 접어버리고 떡 하나 더 줄 연구를 해보시라는 게다. 민심은 흐르는 것이라고 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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