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거점지역인 포항, 울산이 노동계 파업으로 파국을 빚은 여파가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게다가 물폭탄에 함몰된 수재민들 구호가 하루가 다급한 상황이다. 이럴 때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곧 애국, 애족정신의 발로일 것이다. 반대로 이런 나라사정에 아랑곳없이 내 밥그릇 챙기기를 우선에 두는 행위는 어떤 명분과도 상관없이 이기주의의 극치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 건설노조 파업투쟁 과정에 나타났던 노동계 양대 산맥(민노총·한노총)의 행보는 주목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양대 노총이 같으면서 다른 길을 선택했던 때가 적잖았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에 대한 그들 추이가 더욱 관심을 끈 것이 사실이다. 예견했던 데로 역시 양대 노총은 극명한 노선차를 보였다. 한국노총은 지난 19일 긴급 회원조합 대표단 회의를 열어 수해복구 지원단을 발족했다. 지원 방법으로 수해현장 봉사와 수재민 돕기 모금운동을 선언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건설노조와의 공조투쟁의지를 확고히 하고 나섰다. 화물연대와의 현장 공동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 이었다 명분은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다. 앉을자리 설자리를 구분하는 것은 인간 지혜의 첫 걸음이다. 현실에 이르기까지 이 땅 서민들은 노동계의 노동운동이 바로 자신들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작지 않게 간직했었다. 노조 과격투쟁이 일으키는 충돌여파가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옥죄어도 우리 서민들은 투쟁 가족들이 우리 편에 서있다는 인식만은 크게 바꾸지 않았다. 오늘의 노동귀족 행태가 그 같은 인식에 의해 자초된 측면이 없지 않다. 어렵사리 국민이 노동투쟁의 방패막이와 담보로 됐던 대가가 노동귀족들의 평생 철밥통을 지키도록 했을 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 노조는 사용자측에 조기 퇴직하는 직원들 자녀를 대(代)이어 고용할 것을 명문화하라고 요구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런 노사 상황에서 주기로 발생하는 노동자 과격투쟁은 분명한 민생의 적(敵), 공공의 적(敵)일수밖에 없다. 하투(夏鬪)를 별러 온 탓인지 적반하장의 막무가내 식 노조 일탈행위마저 빚어진다. 서울대에서 학교 측 불허 통보를 무시하고 집회를 벌이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스피커소음을 줄여달라는 총학생회간부 두 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생겼다. 노사 교섭대상과 아무런 관계없는 남의 건물을 점거해놓고는 소음방해를 호소하는 주인에게 매질을 해댄 것이다. 이렇게 노동운동이 본령을 벗어나 앉을자리 설자리를 가리지 못 하는 데는 말할 것도 없이 법과 원칙이 무너진 탓이다. 양대 노동단체의 영향력을 의식한 정부당국의 눈치 보기 대응이 가히 노조천국을 도래시킨 것이다.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 된 노동투쟁이 끼친 사회적 해악이 아주 엄청나다. 대화보다는 실력행사로 맞서는 팽배해진 전투논리는 이제 노동계만의 전유물도 못된다. 앉을자리 설 자리를 구분 못하고 다만 내 것만을 쫓는 사회 모양이 인간지혜를 잃어버린 지 벌써다. 인간이 짐승 따위의 괴력을 겁내지 않는 것은 상황을 판단하고 분별하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 모든 면에서 어려운 시기다. 우리가 가진 지혜의 힘을 총력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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