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을 일으킨 경남합천의 ‘새천년생명의 숲’ 공원 명칭이 이 지역출신 전두환씨 아호를 딴 ‘일해(日海)공원’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합천군은 주민 설문조사에서 이 이름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군의회에서도 11명 의원 중 9명이 ‘일해공원’ 지지 입장을 밝혀서 이를 결정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된데는 ‘일해’의 지명도가 관광객 유치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해공원 명칭에 반대해온 ‘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원회’와 ‘새천년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모임’ 등은 이번 결정을 무산시키는 반대투쟁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합천군이 도비(道費)등 68억원을 들여 인공공원을 조성할 때 전두환씨가 행여 10원 한장의 기부금을 내놓았을 리도 만무한 것이다.

벌써 수년 전에 29만원 든 통장을 꺼내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판사 앞에서 흔들어 댔던 사람이 한 푼이라도 돈 내놓을 일은 꿈에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합천을 상징케 될 새 공원 이름을 하필이면 전두환씨 아호로 결정해 지역 갈등을 자초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해’명칭이 국민감정에 비춰 크게 관광객을 부를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대한민국사람 누구라고해서 전두환씨의 죄악을 모르고 파렴치함을 망각해서 기억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또한 후세의 어떤 역사기술에서 그가 재평가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합천군민 운동본부’는 성명에서 “합천군민들은 5공추종세력으로 국민의 비웃음과 역사의 죄인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쓰게 됐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쿠데타의 주역이자 내란수괴, 부정축재자로 기록된 전 전대통령을 기념키 위해 군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쉼터를 강제로 빼앗았다“고 분개했다.

지금 30년 전의 긴급조치 위반 재판을 주관했던 판사 492명의 명단이 공개된 마당이다. 명단에는 지방법원장급 이상 현직고위법조인이 13명이나 들어있다. 과거사위는 “공개법정에서 이루어진 판결내용은 비밀이 아니며 판결내용을 분석하면서 판사 이름을 비공개로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논리를 좀 비약시키면 판사들이 실정법에 의거 기소돼온 긴급조치위반사범들의 재판을 거부하고 법복을 벗어야 옳았다는 얘기나 같다. 그럴바에야 이참에 아예 유신헌법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했던 판사들 이름까지 내걸자는 주장이 나올는지 모른다.

이런 시대에 합천땅 공원이름을 ‘일해공원’으로 한다니 대명천지에 역사의 심한 역주행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령 전두환씨 일가가 고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사재를 털어서 그 같은 시민공원을 건설하고 이름을 ‘일해공원’으로 하기를 희망해 왔어도 의식 있는 우리 합천주민들이 반드시 이를 막아야 할 몫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하한 경우에도 다음 세상을 이끌어 갈 아이들에게 가치관의 혼돈을 주고 눈앞의 상술(商術)에 젖어 비굴해지는 방법을 전수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쿠데타 주역이자 내란의 수괴, 시민학살의 원흉에 국가통치 권력을 부정축재에 발호시킨 자, 나라 팔아먹은 이상의 반민족행위자임에 틀림없다. 그런 사람의 아호가 새로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만든 당신들이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대체 뭐라고 하시렵니까?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