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북한측 단장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유머를 공공연히 하고 나섰다. 북한의 부시 조롱 유머는 북한이 남한에 이어 미국마저 우습게 여기기 시작했음을 드러낸 징표가 아닐 수 없다.

남북장성급 회담의 북한측 단장인 김영철 인민군 소장은 회담 석상에서 “미국 인터넷에서 본 유머”라면서 말을 꺼냈다. 그는 “차에 치일 뻔했던 (부시)대통령을 구해 준 고등학생들에게 부시가 소원을 묻자, 한 학생이 ‘묏자리나 알아봐달라’고 했다”면서 “부시대통령을 살려준 사실을 알면 부모가 자신을 죽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일개 북한군 소장이 미국 인터넷을 접속할 수는 없다. 그의 부시 모욕 유머는 상부의 지시대로 앵무새처럼 뇌까린데 불과하다. 북한이 미국을 얕잡아 보기 시작했음을 드러냈고 한국을 반 부시 선동에 끌어들이기 위한 계획적 선동이다.

북한은 한국측이 사석에서 김정일 우상화에 대해 농담만 해도 잡아넣겠다고 펄펄 뛴다. 통일부의 이 모 사무관이 2004년 4월 금강산에서 실시되던 이산가족 상봉 지원 관리로 금강산에 갔다가 호되게 당한 해프닝이 그런 사례들중 하나이다.

이 사무관은 북측 사람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금강산 치마바위에 크게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이란 문구를 가리키며 농담 했다. 그는 “남쪽에서는 ‘천출’이란 말에는 (하늘이 냈다는) 천출(天出) 이외에도 (천한 출신이라는) 천출(賤出) 이란 뜻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함께 점심을 먹던 북한 사람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했고. 북측은 김정일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모든 이산가족 행사를 중단시켰다. 거기에 한국 정부는 북측에 공손히 사과했다.

그런가하면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4년 10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개소식 및 시범단지 입주공장 착공식 행사에 참가했다가 김정일 모독죄로 봉변을 당하고 왔다. 그는 행사장 오찬 자리에서 “김일성 그 양반, 살아 있으면 100살이 넘지않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함께 있던 북한측 사람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김일성 수령님을 양반이라고 하다니, 당장 사과하시오”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북한은 저렇게 김정일 선전문구를 다르게 해석만 해도 잡아가두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양반’이라고만 해도 사과하라고 대든다. 그러면서도 한국 동맹국의 국가원수에 대해선 그의 생명을 구해준 것을 죽을죄를 짓는 것으로 공식 회담 석상에서 모욕한다.

남북한 간에 공식 대화가 시작된 것은 1971년이었다. 그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북한은 회담석상에서 한 차례도 미국 대통령을 모독하는 유머를 입에 올린 바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부시 대통령을 모독하는 유머를 당당히 꺼내든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북한이 미국을 우습게 여기기 시작한데 연유한다. 미국이 지난 2월 6자회담에서 2·13 합의를 통해 북한에 양보했고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의 북한 비밀계좌와 관련해서도 북한에 끌려다니자, 북한이 미국을 깔보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강자에게는 설설 기고 약자는 마구 짓밟는다. 북한은 2·13 합의 이후 미국도 북한에 남한처럼 엉긴다고 판단, 짓밟기 시작한 것이다. 부시가 ‘악의 축’에 의해 조롱 유머의 대상으로 전락된 것은 부시 자신의 대북 유화책이 자초한 결과이다. 부시의 대북 유화책에 김정일이 기고만장해 졌음을 반영한다. 차제에 부시는 대북유화책으로는 김정일의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없고 북한의 핵폭탄도 폐기시킬 수 없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