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다르고 속 달랐던 몇몇 이 정권 실세들이나 말썽 일으켰던 소수 명망 있는 인사들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문제가 불거졌을 때 일으킨 반응은 판박이처럼 같은 것이었다.

일부 언론이 형편없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딱 잡아떼는 수순으로 시작해서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선다. 그래도 언론이 숨죽지 않으면 보무도 당당히 형사고소장을 제출하고 명예훼손 손해 배상금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는 수법이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 바람에 한다하는 언론사 쳐놓고 크게는 사세를 흔들 만큼 막대한 규모의 손배금 소송에 휘말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상당수의 우리 언론들은 근거 없는 루머나 퍼뜨리는 사회 공적(公敵) 수준에 머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이렇게 언론의 기를 죽이는 방법이 통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정권 들어 언론 현장이 크게 위축 된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다행히 이번 신정아, 변양균씨나 부산의 정윤재씨 사건처럼 진실이 금방 드러나면 언론사가 법정에 끌려나오는 곤욕을 면하겠지만, 길게 진실의 꼬리가 감춰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사가 긴 홍역 치룰 각오를 단단히 해야 된다. 이점에서 언론이 스스로 길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어쩌면 언론의 이런 정서를 문제 일으키는 인사들이 한껏 이용 하는지도 모른다. 즉 물증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내 배 째라’고 버티면 언론들이 뒷감당을 장담 못해서 슬슬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흉한 계산이 작용할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이 나라가 좀 달라지기 위한 선결조건이 제도적 개혁이나 번지르한 정책 입안에 있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
어도 거짓이 통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은 빼고 말이다. 남을 배려해 근심 걱정을 덜어주려는 선의의 거짓말, 한 예로 ‘암’에 걸린 것을 숨겨주는 거짓말 행위는 인정과 의리에 부합하는 오히려 도덕적 측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을 즐겁게 하는 속임수로 자신의 이득을 꾀하는 거짓말은 더욱 철퇴를 맞아 싸다. 권세 있는 자에게 붙어 턱없이 아첨하는 말, 또 선거에 나서 무지갯빛 공약으로 유권자를 속이는 유형이 모두 이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특히 올해 연말 우리국민들이 가장 자주 접하게 될 거짓말이 각당 대통령후보들이 쏟아놓는 선심성 공약일 것은 불문가지다.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쏟아진 선거 공약들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직접 판단 할 수 있는 첩경의 잣대가 쥐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우선의 감칠맛에 속아 넘어갈 공산이 그 만큼 큰 것이다. 바로 이점을 우리 정치권이 늘 노린 바다. 이런 정치권 버르장
머리를 고치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무지갯빛 청사진을 나타낼수록 더 경계하는 방법뿐이다.

또한 우리사회가 반드시 발본색원할 사악한 거짓말이 자신의 이득을 노려 남을 해치려는 수작이다. 이 무고(誣告) 행위는 이미 형법의 무거운 처벌 조항에 들어있지만, 거짓말하는 뻔뻔한 세태가 급격히 도를 넘고 있다. 거짓말이 우리들 세상에 끼친 불신의 해악이 더불어 사는 인간사회의 근간을 뒤엎을만한 현실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남을 배려하는 선의의 거짓말 말고는 국가가 어떤 거짓말에도 책임을 묻는 엄한 제도적 장치가 꼭 마련돼야
할 시기다. 급기야 한국사회가 거짓말 공화국 같은 위기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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