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는 늘 날씨가 온화한 관계로 연중 꽃이 피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꽃을 따르게 마련인 꿀벌 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꿀벌을 버려진 자원이라고 생각해 유럽에서 가장 양질로 알려진 이 꿀벌을 방사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방사된 꿀벌들이 처음엔 산이나 화단을 누비며 양질의 꿀을 따 모았지만, 1년이 지나자 벌들이 노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언제나 꽃이 피고 널려있어 식량 비축이 필요 없는데다 배가 부를 대로 불러진 벌들이 벌집 속에서 잠만 잘 뿐 전
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조사다.

원래 배부른 꿀벌은 다른 꿀벌이 자기 집에 와서 먹을 것을 가져가도 그냥 내버려 두는 습성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며칠 동안 먹을 것이 없으면 일제히 모든 침입자들을 공격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조상들은 자식을 위해서는 적당히 가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커가는 동안 남부러움 없이 배불리 먹게 되면 게을러 나태 해진다는 뜻일 게다. 열심히 일 할 생각을 갖도록 하고 가진 것을 아낄 줄 아는 습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적당한 가난’을 교육적 가치로 삼았던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현실의 우리 사회가 깊게 새길만한 대목일 것이다.

전설적인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가의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 한바 있다. 이 록펠러 가문이 누대에 이르기까지 부를 승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식들이 일곱 살만 되면 세차, 신문배달 등을 시켜 용돈벌이와 학비를 스스로 해결토록 하는 집안 법도 때문 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어려움을 아는 사람이 옳게 성공하는 이치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이 땅이 바야흐로 올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채 두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다가왔다. 각 당의 대선후보가 거의 확정돼 사실상의 선거전이 불을 당긴 마당이다. 양상은 치열해 보이지만 이명박 후보의 50%넘는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나라당 내부가 더욱 다음 정권을 따 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속내로 차 있을만하다.

자칫 이명박 후보 진영이 오스트레일리아의 꿀벌같이 포만감에 젖어서 꿀을 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어난다. ‘잘하면 선거전 막바지에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가 이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필패’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뒤를 쫓는 범여권 후보의 맹렬함과 치열함이 그들 진영의 전사들을 하루아침에 일당백(一當百)의 역전의 용사로 탈바꿈 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장수의 높은 명망만 믿고 따르던 무리는 장수의 약점이나 치부가 드러나면 금세 우왕좌왕 해서 지리멸렬하게 돼있는 법이다. 굳이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의 ‘배부른 꿀벌’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아주 쉽고 좋은 교훈의 소재가 있다.

거북이의 인내와 부지런함을 깔보고 오만에 빠졌다가 큰코다친 토끼 얘기가 어째 우리아이들 위한 교육용만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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