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러그에 올랐던 글이 생각난다. 보수 세력들은 세미나를 좋아해서 좋은 호텔을 골라 그런 모임을 열고 보수 논객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자리에 가면 한때 한국사회를 주름잡았던 인사들이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나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나라 걱정을 한다.

그리고 그뿐이다.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하여 싸우는 단체나 사람들을 위하여 손발도 돈도 빌려주지 않는다. 마음만으로써의 우국(憂國), 거리로 나서지 않는 우국이란 자위(自慰), 또는 가짜일 것이다. 귀족 같은 모습을 한 선남선녀들이 호텔 로비나 식당에서 우아하게 어울려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한민국은 확실히 태평성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써놓은 글이었다.

공감이 안 갈수 없다. 김대중에 이은 노무현 정권 5년까지 좌경화 된 젊음이 위험한 국가관과 대북관을 조금도 망설임 없이 드러내고 있었지만 보수 세력의 큰 걱정거리는 다만 피폐한 경제논리에 있었다. 만약 노무현 좌파정권이 경기 부양책에 조금이라도 성공했다면 나라 사정은 전혀 달라졌을 수 있다. 도덕성 시비 많았던 이명박 정부의 출현 가능성은 아주 희박 했지 싶다.

국가경제가 수렁에 빠진 뒤에야 한국사회 주류층은 자기들 곁으로, 집안으로 들어온 반미 친북 세력의 엄청난 힘을 깨닫고 전율을 시작했었다. ‘아스팔트 우익’이 등장해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에 사상최대의 인파를 모았다. 한국의 보수층도 좌익 못지않게 아스팔트 위로 나설 수 있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런 보수결집으로 10년 좌파정권이 무너졌다. 그리고 좌파청산이 역사의 물결을 탔다. 이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 등 정부단체에 포진해있는 좌파 골격이 순리를 순리로 알지 못한다. 임기를 명분으로 배 째라고 버티면서 이 정권 1년만 견디자는 행동강령을 마련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파 같으면 낯간지러워 벌써 보따리 쌌을 판이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를 점령하고 있는 좌파의 요지부동은 여간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좌파적 시민단체는 미국 소를 ‘광우병 소’로 선동하여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렇게 좌파는 다시 정신무장 됐는데 보수 세력은 아랑곳이 없다.

보수 우파는 자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어떤 행동도 희생도 부담도 하지 않고 있다가 친북세력이 뿌리를 내리고 튼튼해질 수 있는 좌파 10년 집권을 보장 했던 터다. 이제 보수 체제를 탈환했으니 체제의 보호막만 누리면 된다는 식의 보수는 수구(守舊) 기생(寄生) 세력일 뿐이라는 볼멘 지적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보수층의 노예근성이라는 것이다.

보수 세력이 숨죽인 좌파세력의 발호를 막자면 투쟁할 용기, 희생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 친북 좌익사상에 감염된 젊은 층을 순화시킬만한 신념을 가져야 된다. 그러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은 좌익 4백만 시대에 보수 세력이 대한민국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절체절명적 과제이다.

이대로 방심 하다간 얼마안지나 보수층은 또 한 번 노무현의 말처럼 개혁할 줄 모르는 ‘별놈’이 되고, 헌법은 ‘그놈’으로 저주 받고, 국군은 ‘인생 썩히는 곳’으로 부정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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