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완기 기자] “처음엔 할머니께 반찬통을 드리고 곧장 돌아오는 게 다였어요. 지금은 아프신 곳은 없는지, 경로당에서 재밌는 일은 없었는지 수다를 떨고 와요. 할머니 댁에 불편사항이 생기면 곧장 동사무소에다 말씀드리기도 하구요”

고등학생 김양은 홀로 사시는 동네 어르신들에겐 친 손주나 다름없는 존재다. 3년째 반찬배달 봉사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구청장 박성수)는 방이1동 내 ‘밑반찬 기부은행’과 ‘이미용 봉사’를 통해 주민이 내 이웃을 돌보는 동네복지를 실현 중이다.

밑반찬 기부은행은 3년 전부터 방이1동과 주민들이 하고 있는 봉사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이면 행복울타리로 임명된 주민 봉사단 십여명이 동주민센터 식당에 모여 반찬을 만든다.

독거어르신 35세대와 장애인 가구 10세대를 위한 반찬이다. 가락시장 상인과 후원 단체 등을 통해서 재료를 기부받고,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웃의 반찬기부도 보태어 진다.

손맛과 기부로 완성된 반찬은 총 4가지. 계절마다, 어르신들 반응에 따라 반찬 종류도 달라진다. 배달은 15명~ 20명의 청소년들이 함께 한다.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매칭이 돼있어 반찬 봉사에 참여한 시간만큼 어르신들과도 가까워져있다.

학생과 이웃들은 사회관계망이 단절된 이웃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동시에 가정 내 위기를 살피는 역할도 함께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조손세대가 교류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올해 2월부터는 ‘이미용 봉사’도 더해졌다. 미용실을 운영했던 심효순 씨의 재능기부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이면 오전부터 동사무소 2층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어르신들과 한부모 가정, 장애아동 등이 이곳으로 와 머리손질을 맡긴다. 주민센터는 이미용 공간을 제공하고 경로당을 찾아가는 등 이미용 서비스가 필요한 이웃들을 대상으로 홍보도 담당한다.

심효순 씨는 “얼마 전 4인 가족 모두의 머리를 내손으로 다듬어주었다. 아이의 장애로 일반 미용실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오늘만큼은 마음 편히 머리를 자르고 간다던 어머니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며 봉사의 기쁨을 표현했다.

김명진 송파구 방이1동장은 “주민과 함께하는 복지행정을 통해 지역의 실정에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웃 간 관계망도 두터워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위기가구 발굴과 찾아가는 복지지원 등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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