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인용 주차장, 먼 거리에 요금까지... 민원 해결하러 왔다 민원 늘어난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국회는 대한민국 의회이며 헌법상 국민을 대표하는 단체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국회는 입법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방문한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쾌적한 국회의사당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경내 주차공간을 줄였고 이후 지금까지 주차난이 심각해졌다. 현재 국회 주차 방법은 미리 예약을 하거나 먼 곳에 떨어진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민원인의 ‘국회 주차’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국회둔치주차장에서 바라본 모습
국회둔치주차장에서 바라본 모습

-미관상 이유로 갓길주차 불허... 단속 직원에 불만 토로 매일 발생

지난 1993년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개방된 국회는 세미나·토론회 등 국민이 입법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과 헌정기념관 내 전시물 등을 해설사의 전문적인 안내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참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 경내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보니 국회는 늘 주차전쟁이다.

민원인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일하는 사무처 직원과 의원, 보좌진의 차량까지 더해져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지난 2010년 9월 국회는 국회 도서관과 의원회관 쪽 주차라인을 삭제하며 대대적으로 경내 주차공간 개편에 들어갔다. 이는 같은 해 6월 8일 취임한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취임사에서 국회 경내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초선의원으로 들어왔을 때 국회에는 건물 하나밖에 없었다. 의원회관도 없었다”며 “넓은 공간에 숲이 우거지고 우리뿐만 아니라 꿩들이 새끼를 낳고 조그만 예쁜 애를 데리고 다니는 목가적 환경”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그런 환경에서 우리 선배들은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 시설이 모자라서 의정활동 못했다는 말이 없었다”며 “국회가 큰 도회의 뒷골목처럼 건물이 들어서서 본연의 발전인가 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자연을 보존하고 천혜의 자연 속에서 구상도 하고 산책도 하고 머리를 식히는 국회가 아니고 도회의 번잡함을 그대로 국회에 옮겨왔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계기로 국회 경내 미관을 방해하는 갓길 주차 차량들을 정리했다는 게 당시 분석이다. 이런 박 의장의 노력으로 국회 미관이 좋아졌을지는 모르나 국회에서 일하는 당직자들과 방문객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회 주차 불가능? “왜 이렇게까지 하나”

차량을 가지고 국회를 방문한 민원인은 국회둔치주자창에 주차한 후 경내로 진입해야 한다. 국회 주차를 관리하고 있는 국회사무처 방호과에 따르면 국회둔치주차장은 100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으며 국회경비대 앞 주차장은 50여 대가 주차 가능하다. 의원회관 지하에도 1000여 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지만 일반 민원인은 이용할 수 없다. 이곳은 의원과 사무처 직원, 보좌관 등만 주차할 수 있는 구역이기 때문에 요금은 없고 1인당 한 대씩만 차량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된 번호와 들어오는 차량의 번호가 맞아야 주차장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직원들조차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한 의원실 직원은 일요서울에 “매일 차량이 많아 주차장 제일 아래층까지 내려간다”며 “민원인들의 주차 불만도 있지만 국회에서 일하는 직원을 먼저 생각해 줘야 할 거 같다. 우리도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회 본관 지하에도 주차공간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민원인이 쓸 수 없고 국회의장과 사무총장, 사무처 직원과 더불어 국회 경내를 관리하는 청소차량 등이 이용하고 있다. 국회 순찰 차량도 이곳에 주차돼 있다.

국회둔치주차장
국회둔치주차장

국회 방호과는 경내 갓길이나 주차선이 아닌 곳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 단속하고 있다. 단속은 6개 구역에서 2시간씩 교대하면서 9시부터 5시까지 진행한다. 차량 단속 임무를 맡은 관계자는 “관제실에 보고하면 차량에 부착돼 있는 번호로 연락한다. 일단 단속하면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30분이 넘도록 차량을 이동하지 않을 시 견인해 둔치주차장으로 옮긴다. 벌금은 따로 없고 주차요금만 낸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를 방문한 민원인들의 주차공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관계자는 “방문객 대부분 불만을 갖고 따진다. 욕하는 경우도 있다”며 “젊은 민원인은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대하고 연세가 있는 분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냐’, ‘다른 사람은 다 주차하는데 왜 나는 안 되냐’고 따진다. 차량이 많으면 하루에 2~3번이고 매일 한 건씩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경비대 앞에는 방문객차량이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방문 전 미리 의원실에 요청해 예약해야 한다. 의원 1명당 차량 3대까지 예약할 수 있다. 그마저도 수소자동차 충전소 신축공사 때문에 자리가 좁아져 현재는 약 50여 대의 차량이 주차가 가능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예약을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방문객차량 주차장 앞 갓길 역시 차량이 주차돼 있다. 관계자는 “방문객차량 주차장부터 첫 번째 횡단보도까진 갓길 정차를 허용하고 있고 넘어가면 단속한다”며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단속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부터 시작된 미관을 위한 경내 주차관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부터 회관까지 걸어서 10분 이상

국회둔치주차장은 경내와 거리가 멀다. 20대인 일요서울 기자가 직접 걸어본 결과 둔치주차장부터 의사당 본관 정문까지 약 7분이 소요됐고 의원회관까지는 11분 정도 소요됐다. 게다가 주차장부터 국회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연로한 방문객은 시간이 더 소요된다.

국회둔치주차장부터 국회로 가는 길에 있는 계단
국회둔치주차장부터 국회로 가는 길에 있는 계단

둔치주차장은 경내에 방문하는 곳 안내데스크에서 주차확인 도장을 받으면 2시간 동안 무료다. 이후에는 10분에 300원이고 일요일은 무료다. 둔치주차장은 규모가 커 보이지만 민원인과 취재 차량으로 평일 오후에 빈 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국회와 둔치주차장 사이에 있는 여의서로 노상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민간위탁으로 운영돼 요금은 5분당 500원이다. 둔치주차장 같은 2시간 무료 주차도장조차 받을 수 없다. 민원 때문에 주차요금을 지불하니 방문객들의 불만이 더 크다.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한 민원인은 “국회를 방문하는데 주차장이 이렇게 멀 줄 몰랐다”며 “날씨가 더워 땀이 났다. 주차시스템이 불편해 경내에 주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현재 후생관을 허물고 스마트워크센터 및 프레스센터를 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2014년 9월 발표한 국회 스마트워크센터 및 프레스센터 건립사업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 약 430대의 차량이 주차 가능한 지하주차장을 만든다. 센터가 완공된다면 경내 주차공간이 늘어나겠지만 민원인들을 배제한다면 주차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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