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간은 추석절 대목 분위기에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품평대회가 개최된듯했다. 언론과 야당의 입을 통해 공개된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대략 열 가지 항목이었다.

정 후보자는 병역의무와 관련해서 세 번의 신체검사를 받고 한차례 신검 연기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점이 너무 석연찮다는 공격을 먼저 받았다. 다음 제기된 의혹이 병역관련 허위문서 작성 논란이었다. 의혹 배경은 1970년 마이애미 대학에 제출한 입학허가 신청서의 병역면제 사유와 서울대 총장시 제출된 면제사유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한 곳은 ‘고령면제’로 병적확인 돼있고 다른 한 곳엔 ‘부선망독자 면제’, 즉 아버지를 일찍 여윈 독자 사유로 기재 했다는 것이다. 셋째가 강남의 아파트 매매행위 시 다운 계약서 작성으로 세금 탈루를 했다는 것이고, 네 번째 의혹 역시 인터넷서점 고문료를 소득신고에서 누락시켜 고액의 세금을 물지 않았다는 논란이었다. 다섯째가 이 인터넷서점 고문직이 겸직을 허용치 않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매번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위장전입’ 문제 역시 빠지지 않고 불거졌다. 또한 총23건의 논문을 짜깁기 게재 했다는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피해 가지 못했다. 여덟 번째가 기업인과의 부적절한 용돈거래 의혹이었다. 거기다 부인의 미술품 고가 판매 의혹과 아들의 미국국적 취득의 병역 기피의혹이 논란의 큰 쟁점화 됐다. 그 외 세종시에대한 정 후보자의 입장 변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일제히 “쉽게 변하는 원칙과 소신에 인간적 실망을 느꼈다”며 “가치관과 철학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야당이 실망을 금치 못한 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개 숙여 그를 청했을 때 고사한 점이나, 쓴 소리 바른 소리로 일관하는 그의 선비적 면모를 믿은데 대한 배신감이 컸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심한 말로 비판을 서슴지 않던 그의 모습도 떠올렸을 것이다. “준비 된 게 없으면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까지 이 정권을 질타했던 그였다.

그랬던 사람이 총리자리에 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한때 민주당에 의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대항마로 언급됐을 뿐 아니라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대운하’추진과 ‘부자 감세’정책을 맹비난했던 사실을 잊은 국민이 없다. 또 그가 교수시절 많은 학생들이 그를 따랐고 존경 받은 사실을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런 인물을 향해 청문회장에서 쏟아져 나온 여러 의혹들은 불신사회를 대표해서 남는다. 절망하는 민심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이를 모르지 않을 한나라당 태도가 가관이다. “도덕성이 개운찮지만 큰 흠결은 없다”는 생각이 혹 동병상련의 발로인가 의심된다. 정 후보자 자신의 말대로 ‘학자 정운찬’과 ‘총리 정운찬’이 이렇게 달라야 하는데 국민이 무슨 수로 이 나라 정치를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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