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시작 한지가 엊그제 같기만 한데 벌써 추석 명절을 보낸 시점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힘겹게 버티자니 우리 서민들 세월 느낄 겨를조차 없었지 싶다. 이 나라 못나빠진 정치지만 이제나 저제나 하는 마음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뭔가 살길 마련을 해주기를 고대해온 소시민들 가슴이 지금 몹시 답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판에 나라 정치는 민생 현안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일들로 정쟁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상생의 타협정치는 꼬리도 없이 사라지고 여당의 밀어 붙이기에 야당의 발목걸기식 ‘씨름판 정치’가 여의도 정치판을 뜨겁게 달굴 뿐이다. 정운찬 총리 인준안이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후 처음으로 야당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여당의 밀어 붙이기로 들어선 정운찬 총리호 출범은 어느 때 보다 길게 정국의 이슈로 떠올라 논쟁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야당은 일제히 정운찬 총리에 대한 세금 탈루 혐의 등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5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를 통해 정 총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이 모든 여야 움직임에는 곧 다가오는 10.28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 등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성이 진하게 배여 난다.

또한 정권 말기도 아닌데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선거 얘기가 공공연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이재오 전 의원과 손잡고 차기 대권을 위한 ‘친이계’ 결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은 알려진 그대로다. 이 전 의원이 박근혜 죽이기에 혈안이 돼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삼척동자도 못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터에 한나라당의 정진석 의원이 민주당의 ‘반기문 대선후보 영입설’은 “반 총장의 총장 연임을 막으려는 국제 음모에 걸려드는 꼴”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국내 정치권의 반기문 러브콜은 국가 이익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야바위 정치’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2011년에 5년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국제 관례상 한 번 더 총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것을 국내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2012년 대선후보로 그를 거론해 총장 연임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선 총장자리에 입성하려는 외교 전쟁이 진행 중인데, 특히 유엔 내 반개혁세력 인종차별 세력 등이 반 총장의 연임을 막는 세력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마당에 국내 정치권의 ‘반기문 대선 출마설’은 국제사회의 ‘반기문 때리기’에 명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의 정 의원은 “반 총장이 스스로 연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중에 그를 도우 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진석 의원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3선 국회의원이다. 최근 실시된 모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의원과 반기문 총장 간의 대선 후보감 지지율에 큰 격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친박근혜계’가 당혹해 할 만 했다.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민주당 대선후보 영입설을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우려가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아직은 정권 중반기도 넘지 않았는데 정치권이 벌써부터 대권 관심뿐이니 걱정이 이만저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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