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정치 불참여 의사를 자신의 입을 통해 확고히 했다. 국회 외교통상위 박진 위원장이 그를 만난 대표적 입장에서 이를 공식 확인함에 따라 민주당이 거론했던 야권의 반기문 대통령 후보 카드는 이제 이성적으로는 완전 소멸한 상태다.

이에 가장 반가운 쪽은 말하나 마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편이다. 근래 여론조사 때까지 두 사람 지지율이 우열을 장담치 못할 만큼 막상막하로 나타났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 독대 후에 급상승하는 기류였다. 청와대 회담이 만족스러웠다는 박 전 대표 언급 이후 일어난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큰 한 가지 변화는 이재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내고 정부쪽 한 자리를 차지한 것과 또 하나는 정운찬 총리 인준안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하는데 관해 박근혜 의원이 일절 군말이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 정치사에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박 의원의 관계같이 특수한 정치적 파트너 관계가 없었다. 온갖 치부를 물고 쫓는 치열한 경선이 박빙의 승부로 끝나면 패자의 승복을 의심안 할 수 없는 우리 정치 현실이었다.

때문에 지난 경선 직후에 국민은 박근혜 입만 쳐다봤다. 그런데 그토록 이명박을 파헤친 박근혜가 즉석에서 경선 패배를 인정했다. 동시에 정권교체를 위한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 전 국민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많은 언론들은 신선한 충격이라는 표현을 썼다. 영리하고 정치력 강한 박근혜는 긴 5년 세월을 기다리는 인고의 순리를 간파한 것이다.

이인제의 탈당만 아니었으면 불과 몇 십 만표 차로 정권을 내놓지 않아도 됐던 그때의 역사를 국민이 잊을 리 만무하다. 이에 박근혜는 승복과 지지를 담보로 이명박 승리자에게 차기에 대한 믿음을 요구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반을 지나 대연정을 요구했을 정도로 자신에게 힘을 보탤 우군을 찾던 그 기억을 잃지 않은 국민들이 이명박-박근혜의 진정한 화합을 바랬었다.

그러나 상황은 놀라울 만큼이나 달랐다. 임기 초반 반목과 오해로 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나타내자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 50%대에서 형편없이 떨어져 20%대 미만으로까지 추락했다. 물론 ‘촛불’ 아닌 ‘횃불’등 악재가 많이 일어났다. 국정이 혼란한 가운데 나라의 분열상이 이만 저만 위태로운 지경이 아니었다. ‘친박연대’라는 이상한 이름의 급조된 정당에 국민 5% 가까이나 표를 몰아준 민심을 이 정부는 깨닫질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 승복과 자신의 지지를 선언했던 박 전 대표의 의리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평탄한 국정 수행을 위해 박근혜 우산을 써야하고 박 전 대표는 이명박 그늘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둘의 사상과 철학이 틀려서 물과 기름 같이 화학적 용융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옳은 정치는 꾸준히 타협해서 상생의 길을 여는 방법일 것이다.

지금도 각 언론 사이트에 박근혜 흠집 내기가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심지어 고 박정희 대통령에까지 허위사실을 유포시켜 음해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고 두 사람이 서로 이용하는 관계가 계속돼야 나라가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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