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나선 장수가 전투에 승리 했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과제가 목숨 걸고 싸움에 이긴 병사들에게 나눠줄 전리품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논공행상이 원만치 못할 때 일어나는 불평불만은 자칫 조직 와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법이다.

과거 ‘3당 합당’이라는 떳떳치 못한 수단을 “호랑이를 잡기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논리로 강변해서 정권 획득에 성공한 YS가 측근 및 주위에 가장 불만을 많이 산 맥락이 다르지 않았다. YS는 이미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작은 정부’를 강조하면서 정부 기구 축소를 공약했었다. 약속대로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정부조직의 효율적인 축소 방안을 주문했다.

이렇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대통령 YS에게 국민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소위 선거 공신들을 비롯한 평소 그를 따르던 상도동계 식객들의 불만은 아주 노골적이다 못해 전투적 수준에 이르는 정도였다. 논공행상으로 한자리 얻을만한 곳이 통째 사라져 버렸거나 이웃 조직에 통합돼 버렸기 때문이다. 논공 서열에서 밀려난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상도동계의 자중지란을 여지없이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이 자중지란의 후유증으로 지난날의 상도동 가족들이 아직까지 서로 반목하는 정황이 없지 않다. 이를 교훈으로 다음 DJ정권은 축소됐던 정부기구를 살금살금 부풀리기 시작해서 동교동 가신들의 자리마련을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약했던 노무현 정부는 더욱 정부 몸집 비대화로 자파 세력 결속을 꾀했던 바다.

최근 모 언론이 ‘정부 몸집, DJ·노 정권 때 급속 비대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골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정부 크기가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국민 1인당 세부담 증가폭 역시 가장 커서 정부크기와 국민들 세부담을 늘렸음에도 오히려 빈부격차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에 세계 각국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동안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는 오히려 복지 프로그램 확대 등을 내세워 세입을 늘리는 등 정부 몸집을 비대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중반기에는 장관급 자리가 4백수십개에 이르고 국가 공무원 수가 5만명 이상 늘어난 형편이었다. 지방 공무원 수도 4만명 가까이 증가 했었다.

이런 세입 증가와 정부 몸집 키우기는 고스란히 국민계층의 세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공무원 수가 이처럼 큰 숫자로 불어 난데도 불구하고 빈부 격차는 더 심했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로 가면서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 때마다 공무원 정원을 늘려놓아 화요일 국무회의는 으레 공무원 숫자 늘리는 회의로 통했다고 한다.

비대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노무현 정권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일 잘하는 정부, 할 일을 하는 정부가 돼야한다”고 강변했다. 노 정부가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공무원 수가 급증 한 것은 정권교체 뒤 인원 감축에 대비한 각 부처의 집단 이기적 증원 움직임과 맞물려서였다. 정부가 이랬으니 공기업들의 생존게임 실태가 어떠했는지는 짐작되고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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