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내년 1월 한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겠다는 발표를 하자 정치권 전체가 이해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정 총리는 총리로 임명도 되기 전에 불쑥 세종시 문제를 꺼내 불씨를 지폈었다.

불씨는 단번에 번져나가 현 정부의 세종시 문제 전면 수정방안이 거론되고 이에 맞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세종시 ‘원안+알파론’이 제기됐다. 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핵심은 다 알다시피 행정부처 이주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 대신에 기업도시화 해서 자족력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이런 정부 생각이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친박계’의 동의조차 구하지 못하게 되자 일부 행정 부서만 옮기자는 후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작금의 ‘친이계’ 형세다. ‘친박계’는 세종시의 ‘원안+알파’론 속에 세종시 논란을 잠재울 방안이 다 들어 있다는 주장이다. 행정부처 이주 문제도 대한민국 수도를 옮기자는 게 아니라 정부의 15부2처18청과 20여개에 달하는 대통령 총리 산하 위원회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현실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즉 9부2처2청을 세종시에 옮기자는 안이다. 15부 가운데 대통령이 긴급 상황 대처나 업무 효율을 위해 필히 근접거리에 둬야할 부서는 옮길 필요가 없다는 ‘알파론’이다. 이렇듯 세종시 문제는 ‘행정부처 이주 때의 비효율성’ 문제와 ‘자족기능’ 문제를 쟁점으로 충돌중이다.

그러나 야권 및 ‘박근혜계’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법안 통과 때 세종시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책으로 일부 부처를 이주시켜 균형 맞춘 지역발전을 꾀한다는 목적이었다는 원론에 변화가 없다. 또 세종시 원안에 ‘자족’을 위한 분명한 정부 지원 대책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종시를 흔들어 대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바로 이 부분이 좌파의 시각과 기막히게 일치된다. 좌파 세력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법안에 제동 거는 첫째 이유를 서울집중 구도를 깨지 않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사회 현상이나 부(富)의 흐름을 유지시킬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 노무현 구상이 싫은데다 4대강 잇기 대운하 사업에 집착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운하 사업에 들어갈 예산이 너무 엄청나서 다른 비용은 무조건 줄일 수밖에 없는 이명박 정부의 처지를 말하기도 한다. 이들의 박근혜 보는 눈도 고울 리가 없다. 박근혜가 세종시 ‘원안+알파’론으로 자족기능을 추가해 내놓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준비된 일전으로 한나라당내 ‘친박’ 결속과 ‘친이’의 혼란을 동시에 노렸다는 것이다.

이제 3년 남은 정권이 ‘친이계’가 얼마나 결속력을 나타낼지 한번 보자는 박근혜의 전투적 기질이 한나라당을 크게 한판 휘저어 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문제에 관한한 어떤 결과가 와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좌파 인식이 강하다. 이 정부가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세종시 법안을 폐기해도 박근혜는 반대론자로써 이득을 보게 될 것이고, 만약 그의 세종시 ‘원안+알파’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라도 하면 더욱 박근혜는 돋보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래서 이 땅 좌파세력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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