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국회 폭력의원들에 대한 사법부의 유죄 판결이 있었다. 작년 12월 온갖 장비를 동원해서 국회 회의실 출입문을 부수는 등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에 대한 ‘단죄’였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재판과정에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각 3백만원과 백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는 선고 공판에서 두 의원이 구형대로 형을 받아도 의원직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졌다.

국회의원들이 해머로 국회 회의실 문을 부수고 전기톱까지 동원한 폭력에 대해 검찰이 전혀 단죄 의지를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의 명패를 마구 깨고 짓밟는 대한민국 의회정치의 한심한 수준을 세계에 드러낸 사건에 대해 검찰은 관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남부지검이 이 사건을 기소할 때는 “최근 연이은 국회 폭력사태는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었다. 확실히 국민감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국회의원 뱃지 단 사람들이 책상 위에서 펄쩍 펄쩍 뛰며 미쳐 날뛰는 화면을 본 사람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마땅히 검찰의 엄중한 구형량을 예상했다.

그러나 검찰은 벌금형을 구형하면서 “해머를 동원한 점이 있지만 문고리를 손괴한 데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발 물러서는 검찰의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남아있는 법원 판단은 이때 이미 유추된 바다. 아무리 법원의 ‘단죄’가 추상같아도 검찰 구형량을 뛰어넘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였다. 결국 법원 판결은 상징적인 ‘단죄’로 끝났다.

이렇게 되면 국회 폭력은 국회 자체의 힘으로 근절시키는 도리 밖에 없다. 폭력을 막는 제도가 엄연히 있는 터다. 다만 그들 국회의원들이 제도적 가치를 유명무실화 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국회윤리위는 이번 유죄 판결 받은 의원들의 징계를 추인할 전체회의를 1년이 다 지나도록 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여당은 야당 쪽에 책임을 전가 하고 있고 야당은 여당 핑계에 급급해 한다.

이런 마당이면 국회 윤리위에 대한 개선이 화급하다. 국회 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상징적 단죄’ 효과가 반드시 국회 내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가 지난 6월 달에 방안을 마련했었다. 주요골자는 의원들을 배제하고 외부인사 9명으로 윤리위 조사위를 설치해서 실효 있게 국호 폭력 등의 행위를 조사토록 하자는 것이었다.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범위도 현행법의 ‘국회 안’에서를 국회 건물 및 대지, 국회 밖 국정감사 장소 등으로 확대토록 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과연 이 정도가지고 우리 국회의 만성적 폭력 근성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를 못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의원직을 잃는 것이다. 국회 윤리위 규정에 용인할 수 없는 폭력행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치 않으면 그 역시 ‘상징적 단죄’에 그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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