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속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2007년 무렵 수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2007년 4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된 점에 주목하여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사장은 40여 년 간을 대한통운에서 근무한 물류 전문가이다. 그런 사람이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선임 된 데는 반드시 배경이 없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마침 곽 전 사장의 선임시기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한명숙 전 총리가 1년간의 실세 총리에서 물러난 바로 직후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검찰이 곽 전 사장의 계좌를 추적하여 진술 확인 작업을 벌이는 한편 한명숙 전 총리의 반론을 받기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서울의 모 일간신문 보도에 의해서였다. 국민 모두 의아해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누구인가. 그는 대한민국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내고 여성으로서 첫 이 나라 국무총리를 역임한 여장부다.

누구도 그가 부당하고 댓가성 있는 불법 자금을 받은 비리정치인으로는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검찰발 보도와 ‘안 받았다’는 당사자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정황이다. 민주당과 ‘친노’세력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일부 언론 보도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들은 검찰이 스스로 제시했던 ‘준칙’을 깨고 있다고 주장한다. 준칙이라 함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사태로까지 이어진 검찰 수사 파문 뒤끝에 국민에게 제시한 몇 가지 수사원칙을 일컫는다. 당시 만든 ‘수사 공보준칙’은 피의자의 피의 사실은 기소 단계에서 공표함을 원칙으로 확인했다. 단지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차장검사 또는 대변인의 구두 브리핑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한명숙 수사’ 및 ‘한명숙 보도’는 준칙을 뒤엎었다는 야권의 성토가 불같다. 관련 보도를 보면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 이외에 아직까지 구체적 물증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검찰의 ‘흘리기’와 언론의 ‘받아쓰기’가 반복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말하자면 흘리고 부풀리는 추악한 정치공작 비난을 검찰이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사건 본질이 묘연해진 느낌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여장부의 풍모를 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가 과연 비리를 저질렀느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작금의 나라 분위기는 이번 사건이 정치공작이냐 아니냐 하는 점이 관건이 되고 있는 터다.

국민은 이 정권하에서도 검찰이 정치검찰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마땅히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럼 사건의 본질은 묘연해지고 정치적 시비만 난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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