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놓고 빚어진 정치권의 분열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전원이 전국구 의원 한사람 빼놓고 사퇴를 결의한 상태이고, 이완구 충남지사의 사퇴에 이어 충남도의회가 동반 사퇴의사를 밝혔다. 반면 충북은 수정안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같은 충청권에서 조차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지역적 이해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회 정치권과 호남자치단체간의 견해가 딴판이다. 상황을 정리해 나가야할 집권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알파’론에 갇혀 더욱 옴짝 달싹 못하는 형편이다. 정치권이 갈래 갈래로 찢겨 만신창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여’는 여대로 갈라지고 ‘야’는 야대로 쪼개져 아주 가관의 모습이다.

이대로면 세종시 망령이 정계 개편을 서두르고야 말 것 같다. 한나라당의 당론이 ‘친이계’ 다수에 의해 세종시 원안 수정으로 바뀔 때 박근혜계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론에 부합하는 원칙적 자세였지만, 일단 당론이 수정안으로 정해지고 나면 그때부터의 반대행위는 곧 해당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박근혜계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한다. 새 당론을 수용해서 수정안에 동의하느냐, 아니면 출당해서 다른 길을 가느냐의 선택일 것이다. 이에 대한 음모론이 비등하다. 즉 친이계가 당론이라는 새 원칙을 만들어 아예 박근혜계를 몰아내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이다. 민주당 역시 세종시 불협화음을 계기로 친노 그룹의 가칭 국민참여당에 지분을 잠식당하는 변수가 도사려 있다.

특히 친 노무현 세력이 창당을 목전에 두고 뚜렷한 이슈가 없는 판에 세종시 문제는 단연 호재였던데 틀림없다. 그들이 세종시 원안 고수의 사수대임을 자처하고 있는 맥락이다. 세종시 이해 당사자격인 자유선진당의 속사정은 더욱 가파르다. 충청북도 자치단체가 딴 목소리를 내는 것 외로도 심대평 갈등에 전 대전시장 염홍철 변수까지 가세해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선진당 내부 사정이다.

이런 각 당 사정을 정리하면 세종시에 관해 원안대로 행정부처를 옮기는 것, 완전 백지화 하는 것, 부처 일부만 옮기고 자족기능을 보태는 것 등 세 가지 안이 된다. 국민은 솔직히 어느 안이 옳은지에 대한 확연한 해답을 모른다. 부처 이전에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옮기고 나면 나라이익에 얼마만한 보탬이 되는 건지 내놓는 분석 자료가 없다.

입의 주장만 무성해서 정쟁만 일으킬 뿐이다. 정부는 지난 정부나 지금 정부가 다 원안 마련이나 그 뒤집기를 결정부터 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권은 대선 때 아무준비 없이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용과 편익을 따진 최소한의 손익계산도 없었다. 그걸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충청 표를 의식해서 그대로 따랐던 터다. 그런 걸 뒤늦게 판을 뒤집으려면 마땅히 충남도민들을 설득할 분석 데이터가 나와야 했다.

밀어붙이기 식이나 편향적 여론몰이는 국민을 편 가르고 정략만 난무케 만든다. 나라가 정계 개편의 회오리에 휩싸이면 민생은 당연하게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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