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이건 집권당을 견제해서 독선을 못하도록 하고 국민 이익위한 노력을 게을리 않는 든든한 야당이 있다는 건 그 나라 국민의 행복임에 틀림없다. 그런 야당이 있을 때 집권당은 다음 선거 때 정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국민위한 노력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 명백하다. 우리 근대사를 살펴봐도 이에 대한 이치는 분명하다.

이명박 정권 들어 우리 국민이 정치에 더욱 재미 없어하고 아예 관심 안 가지는 이유가 ‘만성적인 정치 불신’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회가 갈수록 폭력 저질화 돼 국회 무용론이 대두 될 정도면 볼장 다 본 지경 아니겠는가. 과거 독재에 맞서 싸운 선명 야당이 선거혁명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동력이 국민에게서 나온 것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아무리 덩치 작아도 국민의 마음을 얻은 정당이 국민을 신바람 나게 해서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오늘의 한국 정치가 진정 국민 마음 이끄는 야당이 존재 했다면 이토록 무기력 해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 사정은 국민이 실망하는 정도가 아니다. 과연 저들이 민주당 간판이라도 지켜낼 수 있을까 싶다.

전략과 당론이 부재한 정당임이 이번 추미애 파동으로 여실하게 드러났다. 징계 운운하는 민주당에 대해 추미애 위원장은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산별노조교섭권 문제에 대해 “산별교섭권의 무조건 보장은 결과적으로 다른 노조의 권리를 침해케 된다”고 말해 민주노총과 야권의 주장이 무리임을 강조했다.

당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하루하루의 일지를 공개하며 “중재안 마련 후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의장 등 책임 있는 분들과 상의했지만 답변을 들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예산처리 등 대여투쟁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에는 “노조법이 여야 정쟁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예산과 분리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밝혔다”면서 “당 일각의 주장은 앞뒤 안 맞는 자가당착”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관한 민주당 입장은 강경하기만 하다. 추 위원장에 대한 징계방침을 거듭 확인한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당이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당 뿐만 아니라 국회 윤리위 제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추미애 의원의 고독한 결정을 친정이 전혀 알아주지 못하는 형태다. 일견 추미애의 정치 생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듯하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핵심의 갈등은 역시 먹고사는 민생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바로 정치집단이 해야 할 몫이다. 정치인 한사람의 현안을 보는 통찰력과 가치판단에 따른 결단이 필요할 때 그가 믿을 곳은 오직 국민 있는 곳 뿐이다. 정략에 얽매인 소속 정당이 갖은 박해를 해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한 그의 정치생명은 불멸일 것이다.

당이 정파싸움에 휘말려 소신정치를 아무리 벼랑 끝으로 내몰아도 국민마음을 얻은 정치인이 반드시 승리했던 역사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국민들 “마음 줄 야당이 없다”는 소리가 벌써 부터였다. 야당이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현실은 정권을 더욱 오만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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