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책 마련했지만 계속 사고 발생
철거현장서 시공사 등 제대로 이행 안해

[일요서울ㅣ이완기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와 유사한 철거공사장 사고는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사현장, 안전불감증, 철거전문가 부족, 철거행정 엇박자 등 복합적인 요인 탓에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시 건축물 재난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철거공사장 사고건수는 2015년 4건, 2016년 5건, 2017년 5건, 지난해 3건, 올해 1건 등 18건이다.

2017년 1월7일 종로구 낙원동에서 지상1층 슬래브가 붕괴되면서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후로도 2017년 4월22일 강남구 역삼동 지하1층 슬래브 붕괴(부상 2명), 2017년 12월28일 강서구 등촌동 이동식크레인 전도(사망 1명, 경상 1명), 지난해 3월31일 강동구 천호동 굴삭기 전도(부상 2명), 지난해 6월16일 동작구 신대방동 지상 4층 슬래브 철거중 저층부 붕괴(부상 1명) 등 인명사고가 계속됐다.

주요 사고 유형은 철거하다 남은 폐자재 등을 빼내지 않고 그대로 올려놨다가 하중이 커져 붕괴되는 경우, 중장비(크레인, 굴삭기)를 철거 잔재물 위 불안정한 위치에 설치해 넘어지는 경우 등이었다. 이번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 역시 현장 구조물에 올려져있던 폐자재 탓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철거공사장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서울시가 마련한 철거공사장 관련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7년 1월 낙원동 사고 이후 건축조례를 개정해 사전 철거심의제와 상주감리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상 5층 또는 높이 13m 이상 철거 공사, 지하 2층 또는 깊이 5m 이상 철거 공사 등을 할 때는 사전에 자치구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자치구 건축위원회가 건물주와 시공사 등이 제출한 철거설계도를 사전검토해 철거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막무가내식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구가 최근 발표한 '철거공사장 종합 안전관리계획 수립' 문서에 따르면 철거심의 때 '구조 보강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고도 막상 철거할 때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철거심의시에 실제 해체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고 주로 구조분야 위원이 참여해 구체적인 안전심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아울러 감리자가 철거공사 기간 중에는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철거 전문가도 부족하다. 건축 관련 자격증은 건축시공 등 29개나 되지만 철거(해체) 관련 자격증은 전무한 상태다. 또 건축법상 철거공사 시공사 현장대리인 관련서류의 경우 제출의무가 없어 무자격자가 철거공사를 수행한다.

철거행정상 문제점도 있다. 

지상 3층 이하 건축물 철거업무는 동주민센터가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건축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신청 서류 검토와 현장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는 건축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각기 다른 법령에 분산된 철거공사장 안전관리 체계를 일원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낙원동 사고 후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런 부분이 상위 법령에는 반영돼있지 않다"며 "시나 자치구 조례는 시의회나 구의회를 통해 만들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위 법령이 따라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철거공사장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강남구는 "철거심의시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심의가 되도록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중 해체전문가를 보강해야 한다"며 "철거심의 대상 현장에 폐쇄회로(CC)TV 설치와 24시간 녹화 의무화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남구는 또 "철거 신고시 지하 매설물과 인근 필지 건축물 이격거리를 조사한 후 도면을 제출하게 해야 한다"며 "철거공사 사전예고 안내판을 부착하고 철거공사장 도로경계부에 강제 가설울타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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