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망령’이 정치권을 사분오열 시킨 것은 물론이고 온 나라를 쪼개고 찢고 있는지 반년 째다. 해당 충청지역엔 연일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틈에 북한은 백령도 앞바다에 해안포를 발사하는 등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제정세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미국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 연락부장이 며칠 전 북한을 다녀갔다. 이는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간 후속 방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과 북한 간에 뭔가 모를 중요한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은 죽기 살기로 세종시에 매달려 있다. 작년 말 현재 사실상의 실업인구가 4백만을 넘을 정도로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난다. 이달에 새로 나오는 올 대학 졸업생 수가 또 5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온 나라가 세종시 마법에 걸려 옴짝 달싹을 못한다.

이 정권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대신해 충청권에 내려가서 “분명히 지킨다. 나를 믿어라”고 했던 박근혜 의원의 원칙과 신의에 관한 철학을 접게 할 대책이 서지 않는다. 그 바람에 정체 뚜렷하지 못한 국민투표 안이 대두됐다. 이 대통령이나 박근혜 측, 또 야당 모두 진퇴양난에서 벗어나는 해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논리다.

즉각 논쟁이 일어났다.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 정책 결정을 앞두고 결론을 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므로 세종시 법안수정이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대론이다. 친이계 의원들까지 “격렬한 당내 토론을 벌여야 할 마당에 ‘도망가는 얘기’를 왜 하느냐”며 “국민투표는 정권 재신임 성격도 있고 ‘분당’까지 각오해야 할 사안이라 말이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관해 청와대는 “당 일부 의원들이 개인의견을 전제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이를 공식 검토한적 없다”고 확인했다. 또한 “세종시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끝까지 설득해서 당당하게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이 세종시 밀어 붙이기와 국정 미숙을 이유로 국회에 제출키로 한 총리해임 건의안은 정국 주도를 꾀하는 정치공학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초 다수의 기독교계 인사들이 ‘세종시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선 지난 1월 14일에는 한국교회지도자 21명이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국적 결단을 촉구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었다. 끝내 기독교계가 세종시 문제의 관전 입장을 깨고 나섰다.

그러므로 다른 여타 종교들이 세종시 논쟁에 끼어들 여지 또한 넓어졌다. 특히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북도 방문 때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지도자론’ 언급 이후 긴장감이 커진 시점이다. 정파 지도자의 종교 관계에 따라 종교계 의견이 표면으로 대립하는 최악의 사태가 걱정된다.

‘세종시 망령’이 종교 갈등까지 일으키면 나라꼴은 볼장 다 본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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