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인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다소 어눌한 말투, 진솔한 표정, 대중 친화적 이미지는 문 대통령을 정치와 멀어 보이게 합니다. 정치 9단들이 득시글거리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의 탈정치적인 모습은 단연 돋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자산 위에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오늘 문 대통령이 있게 된 것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늘 정치신인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 지사는 성남시에서 오랫동안 활동가로 살아왔습니다. 민주당 대변인과 지역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낙선한 그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죠. 두 번 성남시장이 정치경력 전부지만 시장은 정치가이기보다는 행정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사는 여전히 정치신인으로 보입니다. ()정치 또는 반() 정치에 대한 국민 선호와 이 지사 캐릭터는 상당한 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지사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정치 감각이 뛰어나고 기회포착에 탁월합니다. 윤여준 정치연구원장은 이 지사를 준비된 선동가라고 평했습니다. 이 지사는 대중영합주의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중영합주의(대중주의)는 좋지 않은 의미로 종종 사용되지만 민주주의의 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지사가 최초로 추진했던 청년 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 지원은 초기에는 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필수 아이템이 됐습니다.

이 지사가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입니다. 촛불집회가 막 열리기 시작할 때 다른 정치인들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의원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대통령선거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또 촛불민심이 그렇게 무섭게 분출하게 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 지사는 거침없었습니다. 그는 첫 촛불집회 부터 거의 매번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선명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 하야, 탄핵, 구속을 가장 먼저 주장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퍼졌고 주말이면 수백만 명이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맨 앞에는 언제나 이 지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눈치를 보던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의원이 합류하기 시작했죠. 이 지사는 촛불민심을 가장 먼저 꿰뚫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차기 주자 중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이에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마다 순위가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 3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이 지사는 대략 네 가지 이유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불확실성을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차기 불출마 견해를 보이는 유 이사장 지지층 일부가 옮겨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임기 말 정부와 여당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거리를 두고 있는 이 지사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로는 내외 정세입니다. 만일 세계 경제 등이 혼란 상황을 보이고 정세가 복잡해진다면 이런 환경 아래서는 무난한 유형 보다는 난국을 타개할 투사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지사가 이런 네 가지 상승 가능성을 잘 살리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지사에게도 과제는 있습니다. 초기 선동가 이미지와 포퓰리스트에게 숙명처럼 따라붙는 불안한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하는 것입니다.

불안한 이미지를 그대로 두면 확장성을 훼손하게 되고 민주당 지지층은 대선 본선 경쟁력을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파격적인 복지정책도 경제 상황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도 중요해 보입니다. 1심 무죄 판결로 발걸음이 가벼워진 지금 이지사 향후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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