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땡큐 화법'에 고심 깊어지는 재계
트럼프 '땡큐 화법'에 고심 깊어지는 재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7-05 19:29
  • 승인 2019.07.05 20:22
  • 호수 1314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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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지만 무거운 압박’…트럼프 투자 확대 요청에 ‘고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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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 후 돌아갔지만 그 여운은 아직 남아 있다. 도널드 대통령의 방한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통 큰 투자에 감사의미로 재계 총수를 일일이 불러 세운만큼 향후 투자 진행에 이목이 집중된다.

해당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입 맛(?)에 맞는 투자를 계속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재계에선 간담회 전후로 직접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그룹들도 조만간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대미 추가투자를 독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기업들의 고민도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3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18개 재벌그룹 총수들과 만나 30여 분간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5대 그룹 총수들과 CJ, 신세계, SPC, 농심, 동원 등 국내 식품ㆍ유통기업 총수들,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중소 무역 회사 대표 등 18개 기업이 초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은 모두 훌륭한 비즈니스 지니어스(사업 천재)입니다. 제가 기업인으로 산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시간과 경험을 토대로 우리(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며 특유의 사업가 기질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고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데 대해 거듭 감사를 표했다.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공장을 준공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재차 감사를 표하며 각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2년 전처럼 ‘땡큐, 롯데’ 재현되나 

트럼트 대통령의 ‘땡큐 화법’은 사업가 시절부터 다져진 전형적인 비즈니스 화술이다. 상대방을 치켜세우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식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2017년 1월에도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한 인터넷매체 보도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땡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리자 삼성은 물론 국내 주요 그룹들의 대미투자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간담회에 초대된 대기업 명단에서도 이런 의도는 확실해 보인다는 게 간담회 참석 기업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신세계, CJ, 농심, 동원그룹 등과 함께 국내 유통·식품기업을 대표해 트럼프 회동 자리에 참석한 SPC그룹은 대미 투자에 대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PC는 2005년 미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생산시설 설립 등에 8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 78개의 '파리바케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미주현지 법인 매출은 1억3400만 달러(약 1552억원)를 기록했다.

SPC는 현재 78개인 매장 수를 내년에는 350개, 2030년에는 2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간담회 직후 앞으로 미국 식품 및 유통 사업에 추가로 (최소)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전했다.

재계에선 간담회 전후로 직접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그룹들도 조만간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미국 백악관이 직접 선별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미국 투자 규모가 큰 주요 기업들을 추린 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추가로 투자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대미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압력도 존재한 것 같다"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무작정 동참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미투자와 남겨진 숙제들

한편 일부 기업 사이에선 간담회를 앞두고 투자 약속 등 ‘선물 보따리’를 준비해야 하는지 눈치를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무역협상이 정상궤도로 복귀했다"며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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