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참패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첨예한 권력대결로 이어질 태세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의 전제조건이었던 ‘공동지방정부’ 약속이 당선자들에 의해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단체장 직무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단일화 때 합의했던 공동정신이 뚜렷하다.

인선 뿐 아니라 공동정책협의회도 만들어 정책을 함께 입안하는 등 명실상부한 공동정부를 천명하고 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지방정부’ 약속을 한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손영길(인천), 이광재(강원), 김두관(경남) 등 세 사람이다. 기초단체장도 노현송(서울 강서구청장 당선자)를 비롯해 무려 28명이나 된다. 또 공동지방정부 약속과 관계없이 진보신당과 단일화한 안희정 민주당 충남지사 당선자, 국민참여당과 합친 이시종 민주당 충북지사 당선자도 협조해준 당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공동지방정부’는 지방자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새로운 정치실험이란 점에서 관심과 기대가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크다. 다행히 야권이 공동의 지방정부를 잘 운영해서 성공 모델을 말들어내면 지방자치 시대의 분명한 쾌거일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큰 것은 이미 우리 모두는 김대중 대통령 때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 연합‘이라는 중앙연합정부 형태를 겪은 나머지다.

두 정치세력은 인사 나눠먹기 불협화음과 정책 마찰 등으로 공조 3년반 만에 갈라섰다. 공동지방정부가 나눠 먹기식 편파인사를 하게 되면 직원들 사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집행과 정책조율을 둘러싸고 마찰을 일으킬 것도 뻔하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상생의 협력관계는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지 않을 때만 가능 할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 야권 후보들이 지나치게 정치구호를 앞세웠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엄연하게 다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일이다. 그 범위는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나라를 만듦이 아니다.

지금 4대강 사업에만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이 반드시 발목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터다. 사업자체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지방정부가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지만 국책사업의 구상과 추진은 어디까지나 중앙정부의 몫이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당장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대부분의 사업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재정적 자립이 가능한 지역이 불과 몇 곳이다.

때문에 정치적 목적만 배제 시키면 중앙정부와 지방권력이 충동할 수 있는 여지는 아주 좁아진다. 예상되는 교육정책의 대립에서도 그렇다. 정책 시행을 놓고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면 교육수요자인 학생들만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자칫 학교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 공산이 짙다. 자치단체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대립케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 몫이다.

야당 승리로 끝낸 6.2지방선거 민심은 견제와 균형이었다. 절대 이명박 정부의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뒤엎으라는 표심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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