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을 비롯한 8명의 한국인 선원 등 21명의 선원이 타고 있던 부산 선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주얼리호가 또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했다가 군 작전으로 풀려났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한국 선박이 납치된 것은 2008년 이후만 벌써 다섯 번째다. 지난 10월에 납치된 원양통발어선 금미305호와 선원들이 아직 억류돼 있는 마당이다. 해군 군함이 파견돼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한국 선박들이 번번이 당하는 것은 해당지역 통행량이 많고, 인질 몸값을 후하게 내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해상물동량의 30%가량이 소말리아 해적활동 해역을 통과한다고 한다. 지난해 부산 선적 소속 삼호드림호 석방 교섭 때는 무려 9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이 지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협상액의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해적들에게 한국은 잘살고 돈을 잘 주는 ‘봉’의 나라로 각인 될 만했다. 청해부대 군함이 해적 추적에 성공해도 인질들의 안전 때문에 공격이 쉽지 않았다. 해적들이 이런 사정을 물론 잘 알겠지만, 그렇더라도 한 회사 선박이 연속 피랍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지난 삼호드림호 납치 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소말리아 해적이 본거지에서 1500km나 떨어진 인도양 공해서 선박을 납치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선박의 행방을 잘 알고 있는 국제해운업 또는 해상보험업계를 잘 아는 조직이 해적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이번 피랍사태로 확연해진 느낌이다. 피랍 후 협상과정이 대부분 영(英) 브로커를 통해 이루어진 사실을 주목해 보면, 이들 보험 브로커들 중에 ‘해적 도우미’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선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의 20% 이상이 한국 선박이다.

해적들은 투자 자금을 모집해 고속정·로켓포로 무장한 후 GPS장비까지 달고 노략질을 벌이며 인질 몸값으로 연간 1억 5000만 달러씩 벌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까지 주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물선, 유조선은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 국가의 특수부대 출신들을 고용해 안전 확보 호송 대가로 이 위험해역을 지나는 5~7일간 하루 1만 달러 이상씩 지불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각 나라 법이 영해 내 상선들의 무장을 금하고 있지만 소말리아 해역에선 자체무장이 관행화돼있다. 문제는 무장 보안요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 선박이다. 이들은 하늘만 믿고 쳐다 볼 뿐이다. 일본처럼 무장 보안요원을 승선토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운항 일정을 맞춰 여러 선박이 함께 호송 지원을 받아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봉’ 된 이유가 자명한 만큼 해결책이 시급하다. 우선 소말리아 인근에 배치된 청해부대 소속 함정을 늘림과 동시에 무장 군인의 승선 방안이 검토될 만하다. 유엔 안보리 무력개입 허용 결의에 따라 2008년부터 청해부대를 비롯 40여개국 해군이 참여하는 연합해군사령부(CMF)가 소탕작전에 나섰으나 해적들의 행동반경은 더 넓어진 현실이다.

근본은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인근을 테러지역으로 규정해 해적행위 근원을 제거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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