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부의 대 지진은 우리나라를 최대 5.2cm 동쪽으로 이동시켰다. 일본 지진이 움직인 것은 우리나라 땅 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동안 응어리졌던 일본에 대한 감정을 따뜻한 온정과 뜨거운 눈물로 바꿨다.

우리 국민들은 초등학생으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일본 돕기에 나섰다. 일본 여자골프투어에서 활약 중인 진미정씨는 억대의 성금을 내놓으며 “그동안 일본 팬 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했다. 한류스타들도 적극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나라 국가원수로서는 건국 이후 최초로 일본 대사관을 찾아 애도의 예를 갖췄다.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온정과 뜨거운 눈물에 일본측도 감동했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는 “특별히 한국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국민은 한국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일본의 이번 지진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애틋한 동정과 우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옥을 방불케 한 대 참사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침착성에 감복했고, 지난 수십년 동안 한·일 두 나라가 교류하고 접촉하면서 내면적으로 다듬어간 상호신뢰와 우정의 소산이다.

리히터 9.0 규모의 지진과 10m의 쓰나미속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이재민들은 나 자신 보다는 연로하신 이웃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로 배급하는 음료수를 타갔다. 6일씩 굶고 영하의 날씨에 노숙하면서도 정부는 왜 구호품을 보내지 않느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싸늘한 시체를 안고서도 남을 의식해 소리 내 통곡하지 않았다. 물론 작년 아이티 지진 때 처럼 약탈도 없었다. 일본 국내총생산 6%의 피해를 입혔고 사망·실종자 2만4000명을 낸 지진은 일본 열도를 흔들어놓았지만 결코 일본인들의 마음 마저 흔들지는 못했다. 세계는 물론이려니와 우리 국민들도 일본인들의 초인간적인 극기와 인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감동은 더 한층 따뜻한 온정과 뜨거운 눈물로 스며들게 했다.

또한 한·일 양국 국민들은 자유민주 개방 체제하에서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동질적인 문화 공동체 의식을 부지불식간에 싹 티워 갔다. 일본 팬들의 한류스타와 한국 여자골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두 나라 국민들이 문화적 공동체로 이미 성숙되어 있음을 실증한다.

양국 국민들의 문화적 가치 공유 의식은 일본의 3·11 지진 참사를 계기로 과거의 감정을 뛰어 넘어 따뜻한 온정과 뜨거운 눈물로 치솟게 했다.

그밖에도 한·일 두 나라 국민들은 경제적 공동체로서 상부상조하며 살아왔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있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주요 부품과 소재는 일본 것들이다. 작년 일본의 부품 소재 수출 물량은 138억달러인데 반해 수입은 381억 달러 이다. 한국의 일부 제품들은 일본 부품 소재가 없으면 완성될 수 없을 정도로 두 나라 경제구조는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 동반자로 친숙해 졌고 그것은 상대편이 불행을 당하였을 때 따뜻한 온정과 눈물을 나누게 하였다.

실상 한국이 북방의 공산주의 국가 북한과 중국에 짓밟히지 않고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해선 미국과 일본으로 연결되는 남방의 자유민주체제 3각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은 한국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이웃이다. 북한과 국내 친북세력은 펄쩍 뛰겠지만, 한·일 양국의 우정과 협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무토 대사는 일본인들이 앞으로 “한국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심으로 다시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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