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후쿠시마 원자로 5~6호기 지하와 집중폐기물처리시설 탱크에 있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 1만 1500t을 이날 밤 7시부터 바다에 버린다”고 발표했다. 법정 기준치의 최고 500배가 넘는 농도로 오염된 물이지만 방사선량 기준치에는 밑돌아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정부는 언론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방류사실을 알았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 항의 여부나 대응책을 즉각 결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우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행위는 국제법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외무성 차원의 대책을 문의한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측은 “검출량이 허용치를 넘을 경우 방출을 재검토할 것이며 국제법 위반 여부도 확인해보겠다”는 의례적 답변을 내놓았다.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이 확인돼 도쿄의 최대 수산 시장인 쓰키지 수산물 시장이 방사성 물질 오염 공포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폐시장이 되다시피 한 터이다. 이 상황 바로 전에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독도를 일본영토로 표기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돼 또 한 번 한국을 경악 시켰다.

한국 국민의 대(對) 일본 강력대응 요구에 일본 당국자들 눈도 꿈쩍 않는다. 철저히 무시당하는 형편이다. 무시 당할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정부가 독도와 재난문제는 별개 사안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한 후 취한 조치는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일본 외무성에 구상서 전달을 하고 항의한 게 전부다. 행동 면으로는 독도에 대한 시설물 사업을 천명했을 뿐이다. 또한 한국민들이 법석을 떨다가 좀 지나면 거짓말 같이 가라앉을 것이란 판단을 일본당국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시점에 일본이 독도 소동을 일으키는 데는 고도의 전략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 대지진에 따른 민심 이반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목적일 수 있다. 한국의 일본 돕기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 따위는 우습게 봤을 것이다. 나라에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정부의 더딘 대책수립에 국민이 불만을 터뜨리기 마련이다.

무서울 만큼 질서의식으로 무장된 일본인들이 후쿠시마 원전방사능 누출에 흐트러지는 모습이었다. 방사능 공포는 방사능 제거보다 자국민들 심리적 공황이 일본정부의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한반도 침략 원흉 이토히로부미의 5세손으로 확인된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외상이 국회에서 “독도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자민당 의원의 질물을 받고 “다케시마는 우리 고유의 영토다. 우리 영토가 공격당한 것으로 보고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마쓰모토의 이 발언은 일본의 독도 도발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호각소리였다. 그동안 일본의 극우세력이 주도했던 독도 도발 작업을 이제 일본정부가 대놓고 맡겠다는 저의가 뚜렷해졌다. 정부가 독도에 일본 방사능 감지기를 설치한 것이 ‘말’에 의존한 독도정책이 ‘행동’으로 진화하는 현상이다.

한국이 ‘조용한 외교’에서 ‘냉정하고 단호한 외교’로 전환을 천명한 것까지 일본이 무시할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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